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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에는 곳곳에 정자와 고택이 많다.
예로부터 나라의 곡창이었던 전라남도는 땅이 비옥해 물산이 풍부했다. 여유 있는 백성들은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즐겼고, 선비들의 풍류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특출났다. 남도의 소리가 빼어난 것도 그 때문이며, 뛰어난 시화가 널려 있는 것도 그런 연유다. 서양 귀족들의 토론과 예술의 경연이 벌어지던 곳이 살롱이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유사한 문화가 선비들의 가옥과 정자에서 펼쳐진 셈이다. 선비들은 떠났지만 의구한 장흥의 고택과 정자들은 오늘도 세월의 더께를 몸으로 받으며 흐르는 탐진강 줄기를 굽어보고 있다 .
◇장흥의 고택=장흥에 있는 여러 건축물 중 가장 도드라지는 곳은 고영완 가옥이다. 이 집은 경사가 급한 비탈을 따라 세 단계로 지어졌다. 제일 아랫단에는 대문과 하인방을 배치했고 그 윗단에는 마당과 창고·관리사를 배치했다. 맨 윗단에 본채와 양옥이 있는데 안채는 앞면 다섯 칸, 옆면 두 칸 규모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이다. 이 집은 고영완의 할아버지 고재극이 1852년 건립했다.
이 집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집 앞에 펼쳐진 원림(정원) 때문이다. 원림에는 연못이 있고 가운데는 작은 섬이 있다. 못 둘레에는 소나무·느티나무·배롱나무·대나무 등이 숲을 이루는데 특히 배롱나무 군락이 붉은 꽃을 피우는 7~8월에는 가지에서 핀 꽃과 연못에 비친 꽃이 서로의 낯을 마주 보며 절경을 연출한다.
특히 배롱나무 군락이 성긴 연못을 지나 마당으로 이르는 오르막은 느티나무와 대나무 그늘에 가려 절묘한 운치를 풍기고 있다. 장흥읍 평화리 89
존재고택은 중요민속문화재 제161호로 장흥 위씨의 종갓집이다. 방촌리 마을 깊숙한 곳에 있어 주위의 경치가 아름답다. 바깥마당에는 연못이 있고 집 뒤로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그 앞에 안채가 높이 자리하고 있으며 맞은편으로 대문이 나 있다. 안마당 북쪽에는 헛간채가 있고 남쪽으로 서재가 있다.
정원에는 갖가지 나무들이 심어져 봄의 화신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바깥에서 담장 위로 훔쳐보다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마당으로 들어서니 인기척이 없다. 다만 목줄로 묶인 황구가 주인의 부재를 감추려는 듯 컹컹대고 짖어댔다.
개 짖는 소리는 위협적으로 들리기보다는 그저 '낯선 사람이 들어오니 내 할 바는 해야겠다'는 형식적인 의무 수행의 절차처럼 들렸다. 주둥이는 짖어댔지만 개는 객을 향해 연신 꼬리를 흔들어댔다. 장흥군 관산읍 방촌길 91-32
◇장흥의 정자=동백정은 문화재자료 제169호로 세조 4년인 1458년 축조됐다.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에 팔작지붕인데 청주김씨 문중이 소유하고 있다. 장항마을 강정산 아래에 위치한다. 기록에 따르면 세조 4년(1458년) 의정부 좌찬성 동촌 김린(金麟·1392~1474년)이 관직에서 은퇴한 후 은거하기 위해 지었다고 전한다. 정자는 선조 17년(1584)에 그의 후손인 운암 김성장(雲岩 金成章)에 의해 중건됐다. 동촌(桐村) 선생이 심어놓은 동백이 울창해서 '동백정'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현재의 동백정 건물은 1872년 후손들이 중수한 것으로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단층팔작집이나 1895년 중건할 때 측면으로 한 칸을 더 내어 현재는 정면 네 칸의 형태가 됐다.
고영완 가옥이 비탈에 서 있는 것처럼 동백정도 야트막한 동산의 중간 위에서 흐르는 개천을 내려다 보고 있다. 동백정 앞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몇 그루가 집을 호위 하듯 에워싸고 서 있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신선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전남 장흥군 장동면 만년리 707
부춘정은 청영 문희개(希凱·1550~1610년)가 정유재란 뒤 고향에 돌아와 세운 것으로 창건 당시에는 청영정(淸潁亭)이라 불렀다. 문희개는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참전했으며 정유재란 때는 고창현감으로 수성(守城)에 공을 세운 바 있다.
청영정은 헌종 4년께(1838)에 청풍(淸風) 김씨 영동정공파(令同正公波)의 후손인 김기성(金基成)이 사들여 오늘과 같은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2실이 있는 팔작집으로 개축하고 이름도 부춘정으로 고쳤다고 전해져온다.
정(亭)의 서쪽으로는 탐진강이 남쪽으로 흘러가고 강안에는 붉은 소나무·푸조나무·개서어나무·단풍나무 등의 노거수가 숲을 이루고 있다.
용호정은 도지정기념물 제68호로 정면 두 칸, 측면 두 칸의 구조다. 낭주 최씨 종중에서 소유하고 있는 이 집은 느티나무로 만든 8개의 원형 기둥에 밤나무와 느티나무 목재만을 사용해 지은 목조 기와집이다. 사방에 놓여 있는 마루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짜 맞추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현재의 정자는 1947년에 고쳐 지은 것으로 원래보다 두 칸을 더 확장했다. 깎아 세운 듯한 벼랑 위에 세워진 용호정은 숲과 물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전남 장흥군 부산면 용반 1길 213-34
/장흥=글·사진 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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