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노장 경제통의 진솔한 진단과 따끔한 지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감을 얻고 있다.
그 주인공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한구(70) 새누리당 의원. 어쩌면 이번이 인생의 마지막 국정감사다. 마지막 무대에서 정부를 향해 던지는 마지막 고언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론 피감기관 관계자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의원은 15일 기재부를 대상으로 한 이틀째 국감에 앞서 장문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생산적 분야에 집중되지 않은 재정확대가 재정을 멍들게 하고 있고 정부가 세수부족을 메우려고 과태료·과징금·가산금 등으로 국민생활을 압박한다는 것 등이 요점이다.
재정이 급속히 악화돼 미래 세대의 빚부담이 늘었지만 청년고용은 절벽이고,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깎아주면서도 각종 징벌적 세외수입으로 세수를 보충하고 있다는 지적은 기재부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이날 이른 아침에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채무 비율이 별로 높지 않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80%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최 경제부총리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이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 의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뿐 아니라 정부가 책임진 공기업·공공기관 채무도 다 포함해야 정확하다"면서 "정부채무 비율은 40%의 두 배로 봐야 현실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20년 전 일본이 장기불황에 들어갈 때의 국가채무 비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대단히 위험하다고 이 의원은 진단했다.
이 의원은 앞선 지난 14일에는 국감을 앞두고 장장 61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준비했다. 정부가 경제혁신의 진정한 실적을 공개하고 허심탄회한 반성 후에 제대로 추진하라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최 경제부총리에게 "정책이 얼마나 안 되고 있나에 대해 제대로 보고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제가 보도자료를 만든 게 있으니 시간 내셔서 읽어보시라"고 조언했다. 최 경제부총리도 이 의원의 조언에 "지적에 공감하며 자료는 꼼꼼히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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