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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30% 급감… 붐비던 접수창구 대기인원 '0'

■ 의사 감염 서울 대형병원 가보니

직원·환자 가릴것 없이 마스크… 만성질환자도 진료 연기·취소

보호자가 약처방만 받아가기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S병원 의사가 메르스 의심증상 상태에서 1,500여명 이상과 접촉했다고 밝힌 다음날인 5일 이 병원 접수창구가 외래방문객이 줄면서 텅 비어 있다. /송대웅기자

"고혈압 환자인 어머니가 병원 오기 무섭다고 해서 제가 대신 처방만 받아가려고 왔습니다. 평소 사람들로 붐비던 병원 로비도 한가하고 죄다 마스크 쓴 사람들만 보이니 저도 불안해지네요."

5일 35번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가 근무했던 서울의 한 S대형병원을 찾은 취재진이 병원 로비의 접수창구 앞에서 만난 박문식(41·가명)씨는 마스크를 쓴 채 이같이 말하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뇨진료를 받으러온 또 다른 환자인 김모(61)씨는 "진료를 미루고 병원에 안 오려고 했으나 최근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며 "평소 같으면 병원 지하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고는 했는데 오늘은 진료만 받고 바로 귀가할 예정"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에서 병원명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메르스 감염의사 근무 병원'으로 알려진 S병원은 그야말로 '메르스 폭탄'을 맞고 초토화된 분위기다.

직원과 환자 가릴 것 없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급격한 환자 감소다. 해당 병원 측에 따르면 평소 1일 내원객이 최대 8,500여명에 달했지만 입소문이 난 이후 하루 내원객은 6,000여명대로 30%가량 급감했다.



병원 관계자는 "하루에도 병원 이용에 대한 문의전화가 수도 없이 걸려오고 있다"며 "고혈압·당뇨 등의 만성질환자들은 진료를 연기 또는 취소하거나 보호자를 대신 보내 약 처방만 받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소 같으면 수십명의 대기인원이 있었던 병원 로비 접수창구의 안내 전광판에는 대기인원 숫자가 '0'으로 표시돼 있었다.

병원 곳곳에는 메르스 위생수칙을 안내한 게시물이 세워져 있고 소독약도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이번 달에 열릴 예정이었던 병원 내 학회행사 및 건강강좌는 모두 취소됐다. 평소 이 병원의 건강강좌는 인기가 많아 많게는 1,500여명의 사람이 몰려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병원 관계자는 "앞으로 1~2주간은 환자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해당 의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신속히 격리조치하고 관련 학회 참가자들에게 안내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관리가 허술한 병원으로 오해 받는 등 병원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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