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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2월 13일] 역사의 교훈

지난 1980년대 말 부동산 거품이 갑작스럽게 붕괴되자 일본 정부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섰다. 1991년부터 2008년 9월까지 일본이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관련 공사에 쏟아 부은 돈은 무려 6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덕분에 일본은 시골 구석구석까지 도로가 깔리고 다리가 세워졌다. 이런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 토목공사가 과연 일본 경기를 살려냈을까. 대답은 ‘노(NO)’다. 경기를 살리기는커녕 국가 채무만 늘려 미래세대에 엄청난 세금부담을 지웠다. 토목 일자리 창출은 반짝효과
1930년대 대공황으로부터 미국을 구해낸 것으로 평가 받는 뉴딜정책도 마찬가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1933년 11월 들어 실업위기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정부 내에 토목근로국(CWA)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이를 통해 미국은 이듬해 1월까지 도로건설과 보수, 공공건물 신축, 공원 조성사업 등에서 목표로 했던 4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토목공사는 실업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토목공사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고 이 때문에 미국은 1934년 봄 저임금에 따른 정치적인 문제들이 발생하자 결국 해당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일본과 미국의 과거 사례는 최근 경기침체로 일자리 창출에 비상이 걸린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부는 경기침체로 실업대란이 예고되자 내수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믿을 것이라고는 내수부양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부 변수로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는 점도 내수부양 쪽으로 선회하게 하는 배경이다. 이를 감안해 10일 공식 출범한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도 내수경기 진작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가 내수부양에 나서는 것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내수부양 방법이다. 2기 경제팀이 서비스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우리 정부의 정책을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상당 부분이 SOC 투자에 집중돼 있다. 정부가 45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10대 한국형 뉴딜 사업도 4대강 살리기와 경인운하, 도로ㆍ철도 건설 등 SOC 사업이 대부분이다. 일자리 창출에는 SOC 투자가 가장 손쉬운 사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과거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규모 공공공사는 일자리 창출 면에서 ‘반짝효과’에 그쳤다. 대공황 때 미국이 건설공사를 통한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2년도 안돼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회적 서비스에 눈 돌려야
지금 우리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일회성 이벤트보다 사회 시스템에 의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인 인구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사회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바로 사회 서비스다. 양극화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혼자 사는 노인 돌보기, 취약계층 아동 교육, 장애아동 재활치료, 중증장애인 활동 보조, 다문화가정 자녀 방문교육 등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회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경우 저소득층의 고용창출뿐 아니라 소득 재분배, 성장잠재력 확충 등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비용 대비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건설공사보다 낫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연간 1조원을 투입하면 사회적 일자리 10만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 고령화와 양극화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시급한 과제다. 정부가 이왕 막대한 돈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자 한다면 사회문제도 해결하고 사회복지도 확충할 수 있는 사회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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