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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원 한 명 감시 못해 무너진 kt ens

1조8,00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대출사기에 연루된 KT ENS가 만기 기업어음(CP)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건발생 직후 금융권이 대출을 기피하고 모회사인 KT조차 지원을 거부한 게 결정타다. 영업을 잘하고 이익을 많이 내도 직원이 윤리를 내팽개치면 멀쩡한 기업도 한순간에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만 작동했어도 극단으로 몰리는 일은 없었을 터다. KT ENS는 최근 10년 중 2009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수익을 내온 알짜기업이다. 2012년에는 영업이익 72억원, 당기순이익 46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4분기까지만 해도 누적 영업이익 31억원, 당기순이익 26억원을 기록했다. 대출사기만 아니었다면 올해도 흑자행진을 지속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직원 한 명이 무려 5년간 회사 인감을 마음대로 사용해 허위채권을 담보로 120회 넘게 대출을 받아도 까막눈이었던 내부감시망은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며 회사를 벼랑으로 몰고 갔다.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로 신세를 망친 기업이 어디 KT ENS뿐이랴. 한 중소 증권사는 직원이 저지른 단 한번의 파생상품 거래실수로 460억원의 피해액을 떠안게 돼 파산 위기에 몰린 것은 물론 대주주에까지 불똥이 튄 처지다. 주문 상한선을 정하고 이상거래 방지 시스템을 구축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다. 2011년에는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전자업체가 6년에 걸쳐 22억원을 횡령한 경리직원을 방치해 부도를 내기도 했다. 이때도 직원에 대한 감시망은 존재하지 않았다.



불씨 하나가 광야를 불태운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내부에 아주 조그만 허점만 생겨도 해당 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본보기다. 똑같은 비극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KT ENS의 몰락이 기업마다 직원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내부통제, 감시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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