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의 진원지인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란히 경기확장 기준선인 50을 하회했으며 인도네시아는 무역수지 적자폭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5년, 4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일 HSBC가 발표한 지난 8월 인도 제조업 PMI는 48.5로 이전치인 50.1을 하회해 4년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8월 HSBC 제조업 PMI도 전월 50.7에서 48.5로 1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HSBC는 "양국의 국내는 물론 해외 수요도 급격히 줄어 제조업 경기가 위축됐다"며 "고물가로 내수마저 침체돼 하락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날 나온 인도네시아의 7월 무역수지는 23억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이전치인 8억4,700만달러 적자는 물론 예상치인 3억 9,300만달러적자보다 크게 악화됐다. 이는 개정된 무역수지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악의 적자다. 루피아화 가치하락에 따른 수입대금 급증으로 수입이 전년에 비해 6.5%나 불어난 게 무역적자의 주원인이었다. 수출 역시 전년동기보다 6.1%나 줄었다.
인도네시아는 고물가 기조도 이어져 8월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8.79%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연료보조금 대폭 삭감과 루피아화 가치하락에 따른 수입품 가격 상승이 주원인이었다. 블룸버그는 루피아화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당국에 새로운 악재가 덮쳤다고 평가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증시는 다른 아시아 증시가 상승한 것과 달리 장중 3% 이상 급락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방안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전 중앙은행 총재의 입에서 나와 불안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비말 잘란 전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는 1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흔들릴 때 IMF로부터 지원을 받아 다소 안정될 수 있었다"며 "IMF로부터의 구제금융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 정부 당국자들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구제금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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