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밀ㆍ콩 등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아시아지역 곡물 수입국가들의 통화가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 등지로부터 쌀 등 곡물을 수입하기 위한 달러 등 외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블룸버그 통신은 지금까지 7~8년간 안정세를 유지하던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통화가 세계적인 곡물가 상승 추세에 따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필리핀의 쌀값은 100파운드(45kg)당 13.865달러에 거래돼 2003년이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국가로 꼽혔다. 그러나 이달 초 쌀값이 21.60달러로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률은 두배로 증가했고, 공용통화인 페소화는 지난 2001년이후 최대치인 3.2%나 급락했다. 최근 태국, 인도 등의 쌀 수출 제한조치로 필리핀 정부가 급히 미국으로 수입선을 바꾸면서 경화인 달러 수요가 커진 게 가장 큰 이유다. 필리핀의 무역수지가 올들어 적자로 반전되고 있는 것도 페소화 가치하락의 또 다른 이유다. 필리핀의 올 1월 무역수지는 7억5,6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엔 소폭의 흑자를 냈었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도 3월이후 1.1%나 급락하면서 중앙은행이 최근 20억달러의 루피아를 긴급 매입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시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루피아는 지난주말 9,170달러로 마감했지만 이번 주 들어서도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나와 있는 선진국 투자회사들의 상당수가 인플레이션에 의한 수익률 하락을 우려해 채권, 주식 등 유가증권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도 이 지역 통화가치 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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