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국내 도로 위를 다니는 수입차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간 10만대가 팔릴 만큼 시장도 커졌고 워낙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들이 판매되다 보니 어지간한 수입차로는 주위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스마트 포투'만은 예외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확실한 차, 작고 귀엽다 못해 '과연 사람이 타고 다닐 수 있을까'라는 의심까지 들게 하는 차. 스마트 포투 마니아들의 찬사들이다.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구할 길이 없던 스마트를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스마트코리아 이인석(41ㆍ사진) 대표의 삶에는 스마트처럼 톡톡 튀는 스토리가 많았다.
나이 마흔도 채 안 돼 수입차 업체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주위에서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던 이 대표는 이제 수입차 업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굳혀가고 있다. 자신감 하나로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마트 CEO' 이인석 대표를 만나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경험이 나의 경쟁력=이 대표는 나이답지 않게 삶에 굴곡이 많았고 바로 그런 경험이 자신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대학교도 사실 안 가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간판이란 게 필요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며 "한때 유도를 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고 실기도 많아서 전공으로 선택했던 게 체육"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교에는 들어갔지만 돌아다니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남들처럼 회사에 들어가기는 싫었고 일찌감치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틈만 나면 해외에 나갔다. 이 대표는 "돈은 현지에서 아르바이트 겸 장사를 해서 벌었는데 담배나 술ㆍ필름을 우리나라에서 사가지고 가 현지에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부터 직장 경험이 전무하다. 전공 특성상 가고 싶은 직장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럴 바에는 내가 해보겠다"며 시작한 일이 보따리장수다. 부산으로 내려가 일본을 오가는 장사꾼들을 살폈다. 갈 때는 면세점에서 양주 같은 것들을 사다가 팔고 올 때는 참기름ㆍ깨, 일본 오디오 등을 사와서 팔았다.
그러던 중 액세서리로 아이템을 돌려 동대문에서 물건을 떼다가 일본에 팔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1년 가까이 했는데 저녁배 타고 일본에 도착한 뒤에 날이 밝을 때까지 배에서 자고 종일 일한 뒤 다시 밤배로 돌아왔다"며 "그렇게 일본을 오가면서 3~4개월에 여권 하나를 다 쓰고는 했다"고 회상했다.
액세서리 장사 이후에는 명품수입상을 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이탈리아로 날아가 로마ㆍ밀라노 등을 뒤지고 다녔다. 여행 책자 하나만 들고 이탈리아를 세 번 정도 왔다갔다 하면서 밀라노에서 거래처 하나를 확보했다. 처음에는 자금도 많지 않고 대량으로 팔지도 않아서 몇 개씩만 가져다 팔았다. 조금씩 자리를 잡는 중에 기회가 찾아왔다. IMF 외환위기 이후 카드 발급이 늘어났고 오픈마켓이 인터넷을 통해 생기던 시점이었다. "명품을 오픈마켓에서 팔아도 팔렸다. 정품이니까 대박이 났고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이탈리아에 물건 주문이 늘어났고 돈을 꽤 벌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에 유로화가 통합되면서 마진이 줄었고 다시 사업을 접을 때까지 꽤 재미를 봤다. 이후에도 그는 4륜 오토바이(ATV)를 중국에서 들여와 팔기도 했고 신발ㆍ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역을 하며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맛봤다.
◇이탈리아에서 눈여겨봤던 스마트=다양한 사업을 했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던 시기였다. 그는 평소 차에 관심이 많았다. 유럽과 미국 등을 오가면서도 현지에서 돌아다니는 자동차를 유심히 살피곤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차를 수입해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생각났던 차가 이탈리아에서 봤던 스마트였다. 이 대표는 "심한 교통체증과 주차난에도 작은 크기의 차가 곳곳을 누비던 모습, 기름도 덜 먹는 스마트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다"며 "비싼 차를 들여와 팔기에는 자금도 부족했는데 스마트가 여러 가지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에게서 돈을 빌려 스마트 3대를 들여왔고 대당 1,980만원에 차를 팔았다. 당시 병행수입업자들이 대당 3,300만원에 팔던 시기였다.
방배동에 보증금 1,000만원짜리, 10평 정도 되는 매장을 열고 시작했다. 너무 싼값에 팔았던 차는 손님이 몰려와 응대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업을 시작하고 3개월 만에 300대 정도의 계약을 받을 만큼 사람이 몰렸다. 계약물량을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주문을 받고 출고가 지연되니 취소물량이 오히려 늘어났다. 당시 가장 늦게 차를 전달했던 고객의 경우 무려 1년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인증을 어떻게 받는지도 몰라서 검사소 돌면서 인증을 받았고 계약은 밀려드는데 차는 출고가 안 돼 욕도 많이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매장이 좁아 바로 옆 편의점에 앉아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 편의점, 우리 덕분에 장사 좀 됐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스마트 매장 늘리며 전국으로 영역 확대=이 대표는 스마트코리아를 운영하고 5년이 된 올해 자신감이 부쩍 붙었다. "시장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수입부터 판매ㆍ정비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곳도 저희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첫해에 스마트코리아는 약 60대를 팔았는데 지난해에는 165대까지 늘어났다. 아직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 비해 판매량은 미미하지만 성장속도만 보면 뒤질 게 없다. 본사에서 법인을 설립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고 1년에도 여러 대의 신차를 출시하는 다른 메이커와 스마트코리아의 체급이 다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다. 스마트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약 250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누적판매는 500대를 넘겼다. 이 대표는 "단일 브랜드에서 단일 차종으로만 거둔 성과로는 놀랍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앞으로의 시장 상황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피아트500을 비롯해 유럽에서 인기가 좋은 작은 차가 많이 들어오는 것을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다. "소형 수입차가 많아져야 경쟁을 하면서 파이가 커진다"면서 "지금 우리는 비교할 모델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스마트를 생각하고 매장에 온 고객들의 구매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매장에 온 10명 중 3~4명은 구입을 하는 편이라 경쟁도 두렵지 않다고 한다.
스마트는 올 들어 판매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성수동 전시장을 열었다. "성수동은 주로 서울 강북 지역을, 서초동은 강남 지역을 커버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서초동 본사에서 담당하는 PDI(차량 인도 전 검사)센터와 부품공급 등의 업무는 논현동 쪽에 사무실을 열어 이관할 예정이다.
이달 말에는 지방으로도 영역을 확대한다. 이 대표는 "조만간 부산에 전시장을 연다"면서 "이탈리아 나폴리 해안가에 서 있는 스마트처럼 부산 바닷가에서도 스마트가 많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수입차 브랜드의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에서도 스마트가 성공할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스마트만의 장점으로 수입차 유일의 경차라는 점을 들었다. 경차라 취득세ㆍ등록세가 들지 않는다. 다른 차들에 비해 중고차 가격도 안정적이어서 재구매율도 높다. 가수 윤민수씨는 스마트의 열혈 팬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까지 구입한 스마트 차량만 4대째라고 한다.
다른 수입차들이 겪고 있는 정비 부문의 문제점도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직영정비업체는 아니지만 전국에 모두 12개(부산 오픈 예정 포함)의 AS 네트워크를 갖춰 어느 수입차 브랜드보다 판매대수 대비 많은 편이다.
아무리 수입차이지만 2인승 경차치고 비싼 게 아니냐는 지적에 "해외에서도 결코 싸지 않다. 원가 자체도 비싸고 국내에 들여오는 모델은 가장 좋은 사양의 모델"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작지만 강한 차, 스마트처럼 야무진 그의 말에서 스마트코리아의 성장 가능성이 엿보였다.
● 이인석 대표는 |
독일 다임러 경차 브랜드… '똑똑한 예술' 의미 담겨 김광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