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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생체시계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김수현)은 외계인이다. 그래서 천송이(전지현)와는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짧은 순간을 긴 시간으로 바꾸는 능력 덕분에 400년이나 살면서도 늙지 않는다. 비결은 도민준의 생체시계가 지구인에 비해 아주 천천히 가기 때문.

생체시계(bio-clock)는 생물이 지구의 하루 주기에 맞춰 살아가도록 행동과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수면뿐 아니라 우리 몸의 많은 생명현상은 모두 생체시계의 통제를 받는다. 그렇다면 지구의 하루 주기가 더 느려지면 우리의 생체시계는 어떻게 될까. 24시간이 아니라 28시간이나 그 이상으로 늘어나지 싶다. 생체시계에 맞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우리 몸이 받는 영향도 달라진다. 이스라엘 와이즈먼연구소가 실험해보니 장 속의 박테리아 구성비도 생체시계에 따라 바뀌었다. 생체시계에 어긋나는 일상이 반복되면 박테리아의 생체 리듬이 변해 비만 위험이 커진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생체시계와 근무·학습시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보고서가 논란거리라는 외신 보도다. 오전10시 이전에 일이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건강과 피로·스트레스를 악화시키는 '고문 행위'와 같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특히 50세 이하 성인의 생체 리듬이 '9 to 5(오전9시∼오후5시)' 근무시간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16세 학생은 오전10시, 대학생은 11시 이후 공부할 때 집중력·학습효과가 최고조에 이른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있다. 대한임상약리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오전10~11시 사이 단어 암기력이 15% 증가하고 정오쯤 창조력과 관찰력 등 업무능력이 최상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이른 아침에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통계자료도 많다. 성공한 글로벌 기업인 상당수가 새벽형 인간이기도 하다. 다만 상반된 주장에도 한 가지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 충분히 잠을 잔다면 새벽형이든 아침형이든 성과를 내는 데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푹 자는 잠이 보약이라는 얘기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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