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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컬러풀 웨딩즈'

우리 모두 약간은 인종차별주의자?

유대인·아랍인·중국인에서

막내 사위 아프리카인까지

프랑스 딸 부자집 다문화 가족

'차별 넘은 이해' 유머로 그려


코란을 따르는 아랍인,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 중국인...

'드골주의자(완고한 프랑스 민족주의자)'를 자처하는 클로드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의 아내가 이들을 차례로 사위로 맞아들였다. 상황 자체가 코미디다. 이들은 유대교 전통인 할례 의식에 기겁하고 중국인 사위가 내놓는 전통 음식이 전혀 입에 맞지 않는다며 불평한다. 게다가 이 3명의 사위 역시 자신들의 나라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서로 '빈 라덴'이니 '이소룡'이니 비꼬기 일쑤다. 가족 모임은 언제나 좌충우돌, 엉망진창이 될 수밖에.

뻔하디 뻔한 상황 코미디가 변곡점을 맞는 지점은 클로드 부부가 마지막 희망(?)이라고 여겼던 넷째 딸이 아프리카인과의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부모에게 알리면서부터다. 클로드 부부의 충격은 당연히 예상됐던 바지만, 콩고의 부유한 가정으로 묘사되는 상대 가족 역시 백인에 대해 극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보여 주며 영화는 한발 나아간다. 게다가 장인·장모에게 이방인 취급을 받을 때마다 분노를 표출하던 첫째·둘째·셋째 사위가 "흑인이 우리 가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결혼을 망칠 계획을 세우는 것도 폭소를 자아낸다. "결국, 우리 모두 약간은 인종 차별주의자인 거죠" 라는 첫째 사위의 대사야말로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서로 인정한 후에야 '이해'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인류사 발전사에서 21세기 또 한번 인간 지위의 향상을 위해 다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부르짖으면서도 우리네 한켠에 똬리 틀고 있는 내재적 차별주의를 특유의 유머로 드러내고 동시에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고전문학 평론가인 고미숙이 "유머는 차별과 갈등, 절망을 극복하게 한다. 왜냐하면 유머는 삶을 변주해 주기 때문이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 아니었을까.



행복한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답게 결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가장 크게 대립하던 두 아버지가 '술'이라는 만국 공통어로 화해하고, 사랑하는 부인과 딸의 행복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닌 끝에 넷째 딸의 결혼식을 아름답게 치러낸다. 뻔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뻔한 결론이야말로 영화의 가장 사랑스러운 부분이다. 아무리 뻔해도 좋으니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와 민족주의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화해를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독은 아프리카인 형수와 아프리카 태생 여자친구를 둔 자신의 개인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이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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