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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탄생 100년] 서울올림픽의 정치경제학과 아산

5공 정통성 시비 불식카드로 시작

사실상 적자였지만 국민사기 높여

아산 정치입문 단초로 작용하기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84년 미국 LA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격려한 뒤 나란히 서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982년부터 1984년까지 대한체육회장을 맡아 우리나라 스포츠를 육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소프트볼을 즐기고 있는 정주영 회장. 승부욕이 뛰어났던 정 회장은 테니스와 씨름 등 갖가지 스포츠를 즐겼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올림픽 개최 구상이 처음 나온 것은 1979년 5월5일. 신축된 서울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8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한국과 일본 경기를 참관한 박정희 대통령은 체육계 인사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올림픽 개최를 입에 올렸다. 실세였던 박종규 대한체육회장이 1978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발판 삼아 밑그림을 그린 올림픽 개최안의 당초 목표는 1996년 대회 개최.

비밀리에 추진된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인 '임시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에도 올림픽 경기장 부지가 선정되고 주경기장이 준공되는 1996년을 개최 목표로 잡았다. 계획이 공식 발표된 것은 1979년 9월1일. 정상천 서울시장은 88올림픽 유치를 밝혔지만 정부는 86아세안 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올림픽 유치는 이름부터 알린다는 차원이었으나 이마저 바로 잊혀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며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림픽 유치 천명에는 시국 대처용의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2차 석유파동으로 물가가 치솟고 여야 강경대치 국면에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목표를 제시하는 데 올림픽 개최만 한 카드도 없었다. 박 대통령 사망으로 흐지부지되던 올림픽 유치 계획이 다시 살아난 데도 정치적 배경이 있다.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대통령의 5공은 정권의 정통성 시비를 불식시키고 스포츠 장려를 위해 올림픽 개최를 꺼내 들었다.

문제는 1980년 12월 유치신청서를 냈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는 점. 서울시는 물론 예산당국마저 돈을 내주기는커녕 일정도 잡지 못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일본의 나고야가 거의 굳어진 마당에 갑자기 끼어든 서울의 유치 신청이 못마땅했지만 개최지 단독 선정이라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받아들였다.



아산 정주영의 힘과 도전정신이 이때부터 빛을 발했다. 아산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우선 기업인들이 똘똘 뭉쳐 지역과 나라를 맡아 전력을 기울였다. 여기에 중동국가들이 한국에 힘을 보탰다. 현대건설 등 한국 건설업체들이 보여준 중동 건설현장에서의 업적이 한국 편을 들도록 만들었다. 서독의 아디다스와 협력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나고야가 선정될 경우 일본제 미즈노·아식스 등 스포츠 용품의 국제화를 우려하던 서독의 아디다스사는 국제 체육계 인물들을 아산 등 한국 유치단에게 연결시켜줬다.

어렵게 성사된 올림픽은 한국의 정치사에도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쳤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1987년 6월 항쟁을 탄압하려던 5공 정권은 명동성당에 피신한 시위대를 무력진압할 경우 국제여론이 나빠져 88올림픽 보이콧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꺼내려던 총칼을 접었다. 88올림픽은 발상부터 개막 전야까지 정치적 계산과 작용, 반작용 속에 열렸다고 정리할 수 있다.

대회는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졌지만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아산은 훗날 서울 올림픽의 경제성과를 '사실상 적자'라고 평가했다. 자신이 반대했던 올림픽복권을 발행해 적자를 가장했을 뿐 실은 적자였으며 다만 국민적 자신감 고양과 사기 앙양이 소득이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올림픽과 6월 항쟁은 아산의 정치입문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무력진압을 포기한 정치적 결과물인 5공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경험은 아산으로 하여금 정치에 뜻을 두는 단초로 작용했다. 올림픽은 아산과 더불어 한국의 현대사에 음양으로 흔적을 남긴 셈이다. /권홍우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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