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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 홀!] 휘닉스스프링스CC 레이크코스 8번홀

연못 위 둥둥… 담력 센 골퍼도 두근두근<br>소그래스 17번홀 닮은 아일랜드<br>폭 20m 그린 사방이 워터해저드… 좌우로 벙커 위치해 막판 승부처<br>31일부터 E1 채리티 오픈 열려



연못 속에 섬처럼 떠 있는 동그란 아일랜드 그린의 파3홀.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위치한 휘닉스스프링스CC 레이크코스 8번홀(195야드)이다. 열혈 골퍼라면 연상되는 게 있을 법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린 저 유명한 플로리다주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 17번홀이다. 레이크코스 8번홀도 마운틴ㆍ레이크코스로 구성된 휘닉스스프링스에서 17번째 홀이다. 레귤러 티잉그라운드를 기준으로 155야드인 이 홀은 약 10m의 내리막 고저 차를 감안하면 135야드 정도로 봐야 하니 공교롭게 길이까지도 소그래스 17번홀의 137야드와 비슷하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숨이 턱 막힌다. 폭 20m, 앞뒤로 30m 크기인 그린을 빼면 온통 물이다. 짧으면 워터해저드로 직행하기 때문에 굴려서 올리는 요행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린 입구 좌우 측에 입을 벌린 벙커도 위협적이다. 모래함정에서 벙커 샷을 길게 쳐 건너편 물에 볼을 빠뜨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순식간에 '양파(더블파)'를 범하게 된다. 그린 중앙을 지나면 내리막이라 넉넉한 클럽을 선택하는 것도 그리 안전하지 않다. 그린의 오른쪽 뒤편으로는 연못으로 연결되는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폭포는 홀의 입체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골퍼를 더욱 위축시킨다.

그야말로 담력과 지혜를 테스트하는 막판 승부처라 할 수 있다.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반자 모두에게 까다로운 홀인 만큼 파 또는 버디를 기록했을 때 돌아오는 보상은 갑절이 된다. 의외로 이곳의 4개 파3홀 중에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온 홀이기도 하다. 2009년 8월 개장 이후 작성된 총 9개 홀인원 중 5개가 여기서 기록됐다.

이 홀에는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해주는 조연들도 있다. 물 건너편 경사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각양의 석상(石像)들이 그것. 50㎝ 정도의 초미니 동자석부터 2m짜리 문인석과 무인석까지 35개나 되는 돌사람들이 구경꾼처럼 서 있다. 갤러리에 유독 약한 골퍼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 편이 낫다.



골프장에는 무려 500개가 넘는 석상이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 석상이 진입로부터 클럽하우스 주변과 코스 곳곳에 산재해 석상 박물관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문무인석은 원래 왕이나 황제의 능에서 언제든 왕의 명령을 시행하라는 의미로 세웠다. 사악한 기운을 막고 좋은 일을 부른다는 의미도 있다. 골프장 측은 이 문무인석을 전문가에게 의뢰해 풍수에 맞게 배치했다. 신비감을 연출하는 한편 이곳의 회원과 이용객을 황제처럼 여긴다는 운영방침을 말없이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의 전통이 깃들어 있지만 코스 자체는 매우 서구적이다. 세계적인 코스 설계자 미국의 짐 파지오가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작품이다. 그는 일정한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는 부지의 지형 특징을 잘 살려 디자인하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미국 100대 코스에 드는 플로리다주 트럼프 인터내셔널이 대표적이다. 4년이 채 안 된 휘닉스스프링스가 안정감을 풍기는 것은 완만한 경사의 자연지형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시각적 앵글을 중요시하는 파지오답게 난도(難度)와 편안함을 공존시켰다. 티박스에서는 시야가 제한된 느낌이지만 사실은 페어웨이가 탁 트였음을 알아채고 나면 다시 한번 플레이하고 싶다는 욕구가 발동한다. 총 108개나 되는 벙커와 3단, 4단 구조의 그린이 섬세한 플레이를 요구하며 난이도를 조절하고 있다. 마운틴코스 3번홀(파5)은 그린 뒤 사자바위가 자연미와 조형미를 부각시킨다. 레이크 2번홀(파5)은 페어웨이에서 봤을 때 그린과 하늘이 맞닿아 있는 멋들어진 광경 때문에 스카이(하늘)홀로 불린다.

동서양이 어우러진 퓨전 클럽의 면모는 클럽하우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세련된 건축예술을 보여주는 클럽하우스 맞은편에는 목조건물인 한옥 연회장 '파지오하우스'가 있다. 회원제 18홀(파72ㆍ7,271야드)의 휘닉스스프링스는 보광그룹이 모회사로 강원 평창의 휘닉스파크와 자매 골프장이다. 이곳에서는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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