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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빠진 국민주택기금

금리 낮추자니 저축 가입자 이탈… 그냥 두자니 재원확보 난망<br>저금리시대 맞춤형 재원조성 필요

저금리 기조에 정부가 거래활성화를 위해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를 낮추면서 지속적인 서민주거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기금조달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한 한 택지지구 전경. /서울경제DB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핵심 재원인 국민주택기금 운용이 딜레마에 빠졌다. 저금리 기조와 4ㆍ1부동산종합대책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 조치로 기금의 주요 재원인 청약저축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청약저축 가입자 이탈 우려로 정부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청약저축 금리 인하를 뒤로 미룰 경우 자칫 장기적으로 기금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탈자 우려해 대출금리만 인하=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10일부터 4ㆍ1부동산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생애최초 주택구입 자금의 지원 규모를 기존 2조5,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하고 구입ㆍ전세 자금의 대출금리를 0.3~0.5%포인트씩 인하했다. 하지만 이날 정작 청약저축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은 없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토부는 국민주택기금의 대출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기금의 주요 조성 재원인 청약저축 금리도 동일하게 0.5%포인트씩 인하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청약저축은 국민주택채권과 더불어 국민주택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쓰인다. 정부는 매년 15조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주택구입 자금 대출과 임대ㆍ분양 주택 건설비용 등을 지원한다. 지난해 조성된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 금액이 각각 11조2,691억원, 9조7,370억원에 달할 정도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청약저축 금리는 고정금리의 성격을 가진 변동금리"라며 "시중은행 금리는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결국 빚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부터 국민주택기금의 생애최초 주택구입 자금에 대해 은행이 자체 재원을 민간대출 방식으로 지원하고 정부는 은행금리와 정책금리의 이자 차이를 보전하는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당장 기금 안정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4ㆍ1부동산종합대책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된 것이지 조성금리를 고려해서 한 부분은 아니다"라며 "청약저축 금리를 내릴 경우 청약저축에 대한 가입 메리트가 반감되기 때문에 무작정 내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에 적합한 재원 찾아야=전문가들은 저성장과 거래 정체기에 돌입한 만큼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의 재원조성 방법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금리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단순히 금리 차이로 기금을 떠받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현재와 같은 수급 상황에서 굳이 청약통장이 없어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세도 점차 둔화되고 있고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은 재형저축도 처음에만 반짝하고 현재는 시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도 "현재 국민주택기금의 주요 재원은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불입금과 주택거래시 매입해야 하는 국민주택채권"이라며 "이는 거래가 늘고 청약저축 가입자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방법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저성장과 가격상승 둔화기에 걸맞은 조성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청약저축은 단순히 이자 외에도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며 "다만 금리가 낮아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기금수지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시중은행 수신금리를 면밀히 검토해 관계 부처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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