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3홀에서 7타'.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23ㆍ북아일랜드)가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존재하지도 않는 스코어를 적어냈다. 이른바 '양파'보다도 1타를 더 친 굴욕적인 '쿼드러플 보기(quadruple bogey)'였다.
매킬로이는 1일(한국시간)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GC(파72ㆍ7,265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총상금 620만달러ㆍ우승 상금 111만6,000달러) 1라운드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10번홀에서 출발한 매킬로이는 12번홀(파3ㆍ184야드)에서 지옥을 경험했다. 티샷이 길어 그린 뒤 왼쪽 벙커에 빠졌고 벙커샷이 그린을 지나 반대편의 워터 해저드에 빠져 버렸다. 또 100야드쯤을 남기고 친 네 번째 샷은 그린에 못 미쳐 벙커로 숨어들었고 겨우 다섯 번만에 그린에 올렸다. 3m 남짓한 거리에서도 2퍼트로 홀아웃한 매킬로이는 멋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입 주위를 매만졌다. 매킬로이는 이후 연속 버디로 힘을 냈지만 17번홀(파4) 보기로 전반을 3오버파로 마쳤다. 이 대회 전 두 대회 연속 컷 탈락했던 매킬로이였기에 조짐이 심상찮았다.
늪으로 가라앉던 매킬로이를 끄집어낸 건 12.8m짜리 '칩인 이글'이었다. 3번홀(파4) 버디 뒤 5번홀에서 후반 첫 파5홀(527야드)을 맞은 매킬로이는 티샷으로 288야드를 날린 뒤 왼쪽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 근처에 떨어뜨렸다. 이후 세 번째 샷에 볼이 홀로 빨려들었고 매킬로이는 그제야 감을 잡았다는 듯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9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낚아 1언더파 71타 공동 20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매킬로이는 "12번홀 실수 뒤에 스코어는 생각하지 말고 내 할 일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 결과 2라운드에서 치고 올라갈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친구인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ㆍ여자 테니스 세계 9위)에게 정신이 팔려 최근 성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니 그런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 몇 년 전의 내가 두 대회 연속 컷 탈락했다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세계 1위 루크 도널드(35ㆍ잉글랜드)도 매킬로이와 함께 공동 20위에 자리했고 18일 만에 대회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37ㆍ미국)는 버디 4개, 더블 보기 1개로 2언더파 공동 11위에 올랐다. 스콧 스톨링스(27ㆍ미국)가 6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선 가운데 한국(계) 선수들 중에서는 위창수(40ㆍ테일러메이드)와 존 허(22)가 1언더파 공동 20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배상문(26ㆍ캘러웨이)은 7오버파로 무너진 뒤 기권했고 필 미컬슨(42ㆍ미국)도 7오버파 뒤 대회를 포기했다. 미컬슨이 기권하기는 5년 만에 처음이다. 미컬슨과 동반 플레이한 버바 왓슨(34ㆍ미국)은 "갤러리들의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집요하게 미컬슨을 괴롭혔다"며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한 PGA 투어 측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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