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서경이 만난 사람]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끊임없는 변화·도전 기업문화가 성공 비결"고정관념은 기업의 큰 적… '어제와 다른 오늘' 추구변화하는 경영자가 목표기회 오면 M&A 나서되 서두르지는 않을 것 대담:김형기 부국장 겸 금융부장 kkim@sed.co.kr 정리=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현실안주 심리와 고정관념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공기업들도 결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최근 5연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을 만나러 지난 14일 서울 수송동 본사를 찾았다. "갈수록 젊어지신다"며 연임성공을 축하하자 "거꾸로 살기 때문"이라며 크게 웃었다. 박 사장은 '죽어가는 회사를 살린 최고경영자(CEO)' '미다스의 손' '관료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민간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며 금융업계 최장수 CEO로 자리 잡았다. 코리안리의 성공비결을 한마디로 줄여달라고 요청하니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정신을 가진 기업문화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기업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결국 기업문화"라며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기업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시간여 동안의 대담 중에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단어도 '기업문화'였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 5연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경영철학이 특별할 것 같은데요. ▦항상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사는 경영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평생의 경영철학이 변화입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에서 보듯 모든 것은 변하고 변화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입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듯 기업의 이 같은 변화를 이끄는 것도 기업문화입니다. 직원들이 고정관념에 빠져 있으면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져 창의력도 나올 수 없습니다. 기업의 가장 큰 적은 현실안주와 고정관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화가를 존경합니다. 예술가와 같은 창의력과 열정을 순간순간을 창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간 CEO로 변신하신 후 어렵다고 느꼈던 순간도 많았겠지요. ▦어려웠던 순간이라…. CEO로 취임(1998년 7월)한 직후가 가장 기억나는군요. 그해 회기 말에 2,80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되는 등 회사가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반면 직원들은 위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나 문제의식이 없었지요. 그 와중에도 백두산 관광여행, 유럽 배낭여행 일정이 잡혀 있을 만큼 경영이 방만했습니다. 조직문화도 엉망이었습니다. 공기업의 잔재가 남아 있는 탓에 조직 내 패배의식과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선배 직원이 신입사원에게 '망할 회사에 왜 들어왔냐'고 물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사고방식이나 태도를 바꾸는 것이 급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조직을 변화시키기 시작했습니까. ▦방법이 없더라고요. 궁리 끝에 '고생을 한번 세게 시키자'고 작심했습니다. 분위기를 흔들어야 새로운 기업문화도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전정신ㆍ모험정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곧 바로 등산시리즈로 강행군했습니다. 한 곳 한 곳 산을 찾다 보니 백두대간 종주 장기 프로젝트로 발전했고요. 지리산ㆍ설악산 등 큰 산은 2박3일이 걸립니다. 운동도 변변히 하지 않던 직원들로서는 죽을 맛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동료애가 커졌고 희생정신과 도전정신이 싹텄습니다. 조금씩 변하더군요. 직원들의 사고방식이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등산시리즈를 시작한 지 석달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입니다. -지난 10년간 매년 13%씩 성장했더군요. ▦처음 취임했을 때의 위기는 사실 정부에서 도와줘 극복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다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변할 필요가 커졌는데 그 계기가 바로 직원들의 태도 변화였습니다. 등산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직원들의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바뀌니까 조직 내에도 협동 정신과 동료애가 강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장기 고성장의 비결은 기업문화 혁신이었습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 불안정 상황을 놓고 많이 긴장하실 것 같은데. ▦외환위기 때의 뼈를 깎는 경험이 진짜 피가 되고 살이 됐습니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거든요. 사실 보험사 본연의 업무는 리스크 관리입니다. 자금도 공공의 자산이고요. 지난번 금융위기 이전에 해외 투자은행(IB)에서 파생상품을 들고 왔는데 전혀 매입하지 않았습니다. 수익률이 좋다고 하지만 상품 내용을 모르니까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지요. 해외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 접근자세를 갖고 있습니다. 중국의 50개 보험사 가운데 40개사와 2억달러가량의 재보험거래를 하고 있는데 더 늘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담보력에 맞게 영업을 하고 좋은 물건만 받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되는 글로벌 금융 불안정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며 파괴력을 키울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현재의 수준이라면 우리 금융시장에는 그리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리스크 관리를 충분히 해놓은데다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2차ㆍ3차 관문을 통과해서 도달하기 때문에 아직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원칙을 지키려면 오너인 원혁희 회장의 뒷받침도 컸을 것 같은데요. ▦원 회장은 이사회 의장이지만 인사 등 경영에 일절 간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을 구상할 수 있었고 조직 전반에 책임경영 체제가 확립됐습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성공하려면 눈치보지 않고 소신 있게 경영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코리안리의 소유와 경영 분리는 외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앞으로도 모범 모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외에서 벤치마킹하려는 회사는 어디인가요 ▦모든 제도는 자신이 필요해서 개발할 때 유용한 것입니다. 잘 모르는데 따라가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과거에는 코리안리도 일본 재보험사인 토아리(Toa Re)를 벤치마킹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인적 자원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 등에서 코리안리가 앞서가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1월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외 보험사에 대한 인수합병(M&A), 제2금융회사 인수 등을 통해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추겠다고 했는데 성과는 있는지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5위의 재보험사로 도약한다는 비전 달성을 위해 해외영업 강화, 국내 영업 확대, 사업다각화 등 3대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좋은 조건에 싼 물건이 나오면 M&A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하지만 사업다각화를 통한 지주회사 체제 확립은 장기 목표로 서두를 일이 아닙니다. 요즘 금호그룹에서 보듯 대기업들도 M&A를 잘못해 한순간에 위기에 빠지지 않습니까. ◇ 약력= ▲1944년 경기 화성 ▲1971년 연세대 법과대▲1988년 미국 밴더빌트대 경영 학 석사 ▲1973년 행시 14회(재경) ▲1989~94년 재무부 결산관리과장·외자관리과 장·재정융자과장 ▲1997년 통계청 통계조사국장, 재경원 국세심판소 상임 심판관 ▲1997년 재경부 공보관 ▲1998년 코리안리 사장 실내·야외·예절면접… '野性인재' 선발 초점 ■코리안리의 독특한 채용방식 코리안리의 채용시험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독특하기로 소문나 있다. 긍정적인 기업문화로 무장한 인재들만 보유하고 있으면 글로벌 재보험사로의 성장은 자연스레 뒤따라온다는 박종원 사장의 철학이 반영된 탓이다. 선발 기준은 크게 ▦전문성 ▦정신 건강 ▦육체적인 강인함 등 세 가지다. 이 같은 인재를 뽑기 위해 면접도 실내면접, 등산·축구 등을 통한 야외면접, 식사 등 예절면접 등 3단계로 이뤄진다. 특히 야외·예절면접에서는 지원자의 팀워크, 도전정신, 일에 대한 열정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부 채용과정도 파격적이다. 우선 출신 대학교 선배가 1차 서류전형을 실시하고 면접 과정에는 사장은 물론 노조위원장ㆍ신입사원까지 참석한다. 최종 선발에서는 사장 이하 모든 면접관의 의견이 공평하게 반영된다. 이 같은 채용 과정 탓에 에피소드도 많다. 각종 선발 과정에서 1위를 달리던 한 입사 지망생은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긴장이 풀려 권하지도 않은 폭탄주를 마시다 인사불성이 되는 바람에 탈락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 사장은 "단순히 공부만 잘하거나 스펙이 좋은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며 "다양하고 독창적인 전형 과정을 통해 인성ㆍ정신력ㆍ체력이 조화된 야성이 있는 인재를 뽑고 있다"고 말했다. 다듬어지지 않았더라도 야생마를 받아들여 준마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아프리카 사자를 예로 들었다. 건기가 돼 초식동물이 사라지면 위험을 무릅쓴 채 하마까지 공격하고 체면 불구하고 들쥐라도 잡아먹거나 썩은 고기까지 노리는 야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마디로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맞게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 많아야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게 박 사장의 지론이다. 하지만 이처럼 힘든 과정을 뚫은 뒤에는 큰 보상이 주어진다. 입사 2~3년차가 되면 모든 직원에게 국내 교육 프로그램 지원은 물론 해외 MBA 유학, 해외 거래사나 사무소 연수 등의 기회를 주고 있다. 박 사장은 "국제 재보험 세미나 등에 참석했을 때 일본 토아리 등 경쟁기업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게 코리안리의 인적 자질"이라며 "부족한 해외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보완하기 위해 입사 때부터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함평군 성공스토리 '나비의 꿈' 읽어보세요" ■후배 직장인에 추천 책 "함평군의 성공이야기를 쓴 '나비의 꿈'을 읽어보니 함평군의 변화가 코리안리의 조직문화 혁신과정과 너무 닮았습니다." 후배 직장인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책을 권해달라고 하니 선뜻 '나비의 꿈'을 추천했다. "변변한 관광자원 하나 없고 자정자립도가 10%에 불과한 함평군이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도전정신에 힘입어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30대인 이 군수가 나비축제를 기획하자 주변에서는 '애송이 군수가 사정도 모르고 일이 벌리네'하며 비웃었다는 군요. 제가 지난 1998년 취임할 때의 코리안리 조직 문화와 아주 흡사했습니다. 함평군의 변화나 코리안리의 변화는 모두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에 출발합니다. 결국 함평군은 지역 축제를 통해 하나의 기적을 일궈내지 않았습니까." 긍정적인 마음이 없으면 자신을 한계 짓고 어떤 일도 시도조차 하지 않기 마련이라는 박 사장은 함평군 성공스토리를 꼭 한번 읽어보라고 강조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