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일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의 위법성에 대해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가운데 직권남용이나 권리행사방해, 혹은 강요에 속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판단하고 있다"며 "(사찰 대상인) 본인을 상대로 구체적인 행동이 없다면 혐의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공직자와 업무나 인적관계로 연결된 민간인을 사찰한 총리실의 행위가 불법인지에 대해서도 "민간인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했다면 범죄가 될 수 있다"며 불법적인 수단이 아니라면 사법처리가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법조계에서도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사법처리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수도권 지역 법원에서 근무하는 판사 A씨는 "(총리실 직원들이) 민간인을 미행했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당사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단순한 경범죄에 속하고 처벌은 벌금 수준"이라며 "민간인 사찰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과 달리 법적 책임은 별도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판결도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한 혐의(직권남용ㆍ강요 등)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은 여러 혐의 가운데 강요죄(KB한마음의 지분 포기를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받았다. 항소심을 담당했던 서울고법 형사2부는 당시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행위가 김 전 대표의 사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 전 지원관의 직권 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이 다시 법정에 서더라도 총리실의 권한 밖인 부분에서 이뤄진 민간인 사찰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앞서 재판을 받은 이 전 지원관 등은 '김 전 대표는 민간인이라 업무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거나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를 했을 뿐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자신을 변호하기도 했다. 따라서 정확한 법리 검토에 기반한 증거제출과 논리가 준비돼 있지 않다면 설령 사건 관계자들이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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