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에 20년 근무 부끄럽다"… 뭔 일?
IMF, 유로존 위기 알고도 은폐"뒷북 대응에 위기 악화시켜… 20년근무 부끄럽다"도일 유럽국 선임 이코노미스트 폭로 사표 파문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IMF가 유로존 위기를 악화시켰다. 이곳에 20년 동안 몸담은 것이 부끄럽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베테랑 이코노미스트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신호를 IMF가 사전에 감지하고도 이를 은폐했다고 비판하며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그리스 등 유로존 재정위기국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긴축을 요구하는 IMF의 조치가 오히려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내부 비판까지 제기되자 IMF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피터 도일 IMF 유럽국 선임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18일 샤쿠르 샬란 IMF 집행이사 등에게 보낸 사직서를 입수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도일 이코노미스트는 사직서에서 "IMF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이후, 이곳에 몸담아 왔다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퇴직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IMF가 유로존 위기에 대해 제 때 경고를 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단지 IMF가 무능했기 때문만은 아니며, 유로존 위기를 사전에 감지했음에도 오히려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또 "글로벌 경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고 지속적인 경고가 필수적"이라면서 "IMF는 이 같은 가장 기본적 임무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그 결과 그리스 등의 고통이 심화했으며 유로화가 위기에 빠졌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IMF는 지난 2년간 유로존을 벼랑 끝에서 구하려는 노력 과정에서 수동적이고 뒷북만 치는 역할을 했다고 혹평했다.
도일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IMF의 감시 임무를 실패로 이끈 것은 유럽 편향적이기 때문이며, 이 같은 성향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히 지난 10년간 IMF 총재 선출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현직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부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라가르드 총재의) 성별, 순수성, 패기조차도 선출 과정의 근본적인 불합리성을 만회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IMF와 같이 상하관계가 분명한 조직에서는 이 같은 총재 선출 방식은 고스란히 임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조직 전체로 스며들게 되며, 결국 기형적인 조직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IMF와 세계은행이 1945년과 그 이듬해 잇따라 설립된 이후 IMF 총재는 유럽 출신이,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 출신이 추대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로 여겨져 왔다.
CNN방송은 도일 이코노미스트가 IMF 유럽국에서 이스라엘과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스웨덴, 덴마크 등을 담당했으며, IMF 내부에서 신망이 높았다고 전했다.
윌리엄 머레이 IMF 대변인은 도일 이코노미스트의 발언에 대해 "그의 주장을 입증할 근거는 없으며, 지적된 문제들은 IMF의 감시 및 발간 보고서에서 모두 다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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