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와 달리 이렇게 특별한 졸업식을 하니 정말 좋아요. 이 학교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선사고 졸업생 서지우군)
일선 학교의 졸업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훈화와 형식적인 졸업장 배부, 기나긴 상장 수여식, 내빈 소개 등 구태의연한 행사로 채워졌던 천편일률적인 졸업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졸업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1일 서울 강동구 선사고에서는 연극과 각종 영상이 더해진 이색 졸업식이 펼쳐졌다. '길은 끝나고 여행은 시작된다'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졸업식은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한 연극으로 시작됐다. 무대에 선 학생들은 3년 전 고등학교를 배정 받은 순간의 설렘을 연기로 표현했고 교사들은 익살스러운 대사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연극 후 지난 3년간 진행된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식, 체육대회, 축제, 학생회 선거 등 졸업생들의 학교생활을 담은 영상이 등장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다소 풋풋했던 과거의 모습이 민망한 듯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얼굴을 가리며 민망함을 덜기도 했다.
불필요한 식순은 과감하게 생략됐다. 일부 학생들만을 위한 상장 수여식은 영상으로 대체됐다. 대신 교장선생님이 전교생 237명에게 직접 졸업장을 수여했다. 3학년 담임교사들은 모두 무대 위로 올라 졸업장을 받은 제자들을 꼭 안아주며 격려와 축하의 인사를 건넸고 학생들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1·2학년 교사들은 무대에서 내려오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길을 만들며 박수와 미소로 앞날을 축하해줬다.
이날 졸업한 임총은양은 "선생님들이 안아줄 때 3년간의 기억이 떠올랐다"며 "오늘의 졸업식이 앞으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눈물을 흘렸다. 김태환군도 "이렇게 일일이 학생들을 챙겨주는 학교가 몇이나 되겠느냐"며 "워낙 선생님들과 친밀하게 지냈기 때문에 더 울컥하는 것 같다"고 졸업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학부모 정시원씨는 "교장선생님이 모든 학생에게 졸업장을 직접 수여하니 아이들을 한명씩 신경 써준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며 "시상식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졸업장을 모두에게 나눠준 덕에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규 선사고 교사는 "훌륭한 아이들인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 살면서 힘들 때는 선생님들이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밖에도 이날 강동구 천일중의 졸업식에는 타임캡슐이 등장했다. 학생들은 20년 뒤 꿈을 실현한 자신에게 쓴 편지를 타임캡슐에 보관하는 의식을 가졌다. 졸업식의 감동을 평생 간직하게 할 포토존도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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