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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고 가난했던 지난 1960년대에 한국 경제개발의 불씨를 지핀 역사의 현장이어서 그랬을까.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집적지)에 들어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에는 과거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함께 상전벽해로 탈바꿈한 골목을 대하는 기쁨이 함께 묻어났다.
20일 오전10시19분.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찾았다. '문래 소공인특화지원센터'가 문을 연 것을 축하하고 소공인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청계천 피복공장 노동자로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자신의 몸을 불태운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자리를 같이했다. 반세기 전 대통령의 딸과 노동운동의 대명사의 여동생이었던 그들이 이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으로 다시 만나 소공인들의 발전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발길을 함께한 것이다.
이번 방문은 전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제안을 했고 박 대통령이 인프라 시설 확충, 환경 개선 등이 마무리되면 꼭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성사된 것이라고 한다. 전 의원은 "잊지 않고 꼼꼼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1960년대 철공소 골목은 가난하고 배운 것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이 기술 하나만을 믿고 처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모여든 눈물과 슬픔이 배어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그들의 땀방울과 노력으로 1인 사업자가 전체의 97.5%를 차지할 정도로 기계금속가공 분야에서 국내 최대 메카로 완전히 변신했다.
박 대통령을 맞이한 이춘성 천우엔지니어링 대표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그는 "저는 1964년 경기도 기능대회에서 동상을 받고 10여개의 자격증을 취득한 뒤 문래동에 정착했고 지금까지 연마공장을 운영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순간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열악한 생산현장을 방문해준 박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건넸다.
박 대통령은 소공인들에게 대기업과의 연계를 통한 판로 개척,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문래 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가꿔나가려고 한다"며 "지금 산업과 문화가 만나는 창조경제의 생생한 현장이 되고 있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또 "쇠를 깎고 녹여서 부품과 소재를 만드는 산업을 뿌리산업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의미에서 문래동은 뿌리 중에서 뿌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문래 상공인들과 예술인들의 감각이 접목된다면 산업과 예술이 만나서 '메이드 인 문래' 같은 명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전국에는 178개의 소공인 집적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는 문래 지원센터와 같이 지역 인프라를 확대하고 공동전시·판매장 등을 설치해서 앞으로 문래동의 성공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켜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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