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근혜계 지도부 사전논의설'을 강력 비판한 후 당은 '진공 상태'가 된 분위기다.
친박계는 박 위원장의 발언이 당 대표ㆍ원내대표에 친박계를 배제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지만 그렇다고 쇄신파 등용은 내키지 않은 표정이다. 다음달 15일로 확정한 당 대표 경선과 그 직후에 있을 원내대표 경선 날짜가 다가오는데도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당 대표에는 수도권 출신의 범친박계 인사인 황우여 원내대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는 박 위원장과 원내대표로서 호흡을 맞췄고 온화한 성품 때문에 같은 수도권 출신의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보다 친박계의 선호를 받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범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색채가 그렇게 뚜렷하지 않아 부담도 적다. 일각에서는 계파를 떠나 두루 원만한 홍사덕ㆍ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내대표는 현재 관심을 보이는 이한구 의원(친박계)과 이병석 의원(친이명박계) 등이 경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3의 인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 폐지를 주장해온 남경필 의원이 당 대표에서 원내대표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다만 사실상의 당 대표인 박 위원장이 존재하고 있어 당 대표는 사실상의 권한이 없는 반면 오는 6월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당내 의원을 총지휘하며 야당을 상대하는 자리가 원내대표인 만큼 친박계 내부에서는 '원내대표야말로 믿을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책위의장은 이주영 정책위의장의 유임설이 나오고 있고 사무총장은 친박 핵심 중용설이 제기된다.
한편 전날 박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당내 분란을 지적한 점은 적절하지만 박 위원장이 당내 의원들의 논의를 '언론플레이'나 '정쟁'으로 규정짓고 자신과 별개인 것처럼 표현했다"면서 "마치 자신은 하늘 위에서 의원들을 내려다보는 분위기인데 사실 당내 분란은 박 위원장이 의원과 소통하지 않으니까 발생한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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