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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된 노인요양병원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로 입원환자 등 21명이 숨지고 6명은 위중한 상태다. 사상자들은 불을 끄려다 숨진 간호조무사를 빼면 모두 치매·중풍 등으로 거동이나 정상적인 상황판단이 어려운 노인 환자들이다. 방화 가능성이 높다지만 화재 규모에 비해 희생자가 너무 많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작동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이번 참사는 2010년 노인 27명이 숨지거나 다친 경북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사고와 닮은꼴이다. 이 센터는 건물 연면적이 387㎡여서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 대상물이 아니었다. 정부는 참사 뒤 요양시설의 소방시설 기준을 강화해 연면적 600㎡ 이상은 스프링클러를, 300㎡ 이상이면 간이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등을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새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건립·운영되던 요양시설에는 스프링클러 등을 갖추도록 예산도 지원했다. 반면 1,200여곳에 26만명이 입원한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에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요양시설 입소자보다 치매·중풍 등 증상이 위중하고 누워 지내는 환자가 많은데도 수년간 방치해온 셈이다. 제도적 허점을 좀 더 빨리 정비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정부는 뒤늦게 연면적 300㎡ 이상인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3월 입법 예고했다. 해당 조항은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 다른 참사를 막으려면 그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서라도 자동소화설비를 갖추게 할 필요가 있다. 긴급상황 때 환자들의 탈출을 도울 수 있도록 요양병원·시설의 야간 근무자 인력기준을 강화하고 인력 추가 배치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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