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참사는 2010년 노인 27명이 숨지거나 다친 경북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사고와 닮은꼴이다. 이 센터는 건물 연면적이 387㎡여서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 대상물이 아니었다. 정부는 참사 뒤 요양시설의 소방시설 기준을 강화해 연면적 600㎡ 이상은 스프링클러를, 300㎡ 이상이면 간이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등을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새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건립·운영되던 요양시설에는 스프링클러 등을 갖추도록 예산도 지원했다. 반면 1,200여곳에 26만명이 입원한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에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요양시설 입소자보다 치매·중풍 등 증상이 위중하고 누워 지내는 환자가 많은데도 수년간 방치해온 셈이다. 제도적 허점을 좀 더 빨리 정비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정부는 뒤늦게 연면적 300㎡ 이상인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3월 입법 예고했다. 해당 조항은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 다른 참사를 막으려면 그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서라도 자동소화설비를 갖추게 할 필요가 있다. 긴급상황 때 환자들의 탈출을 도울 수 있도록 요양병원·시설의 야간 근무자 인력기준을 강화하고 인력 추가 배치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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