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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결국… 한나라 고질병 도졌나
한나라, 대기업 정책 대전환 예고"경제 민주화·복지·일자리가 최우선 정강·정책""중도-보수 아우르다 보니 잡탕처럼 섞여 있어" 비판도
임세원기자 why@sed.co.kr
권경원기자 nahere@sed.co.kr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희망찾기 시리즈-1탄 보육, 교육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토론을 듣고 있다. /류효진기자
한나라당은 27일 공정한 시장경쟁을 의미하는 '경제 민주화'와 민생문제인 복지ㆍ일자리를 당의 최우선 정강ㆍ정책으로 삼기로 했다.
경제민주화는 경제주체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출자총액제한제는 물론 대기업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한 셈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과 중도층을 아우르려는 목표지만 자칫 둘 다 만족시키지 못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책쇄신분과회의를 열고 '국민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강ㆍ정책 초안을 마련했다. 새 정강ㆍ정책의 1조는 '모든 국민이 행복한 복지국가 건설', 2조는 '일자리 창출', 3조는 '경제 민주화 실현'의 순이다. '경제 민주화'는 김종인 비대위 정책쇄신분과위원장이 헌법을 개정할 당시 119조2항에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포함시킨 개념이다.
홍준표 당 대표 시절 한나라당이 과거 정부의 시장개입을 추진할 때 내세운 명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정강ㆍ정책 개정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고질병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많다. 변화 요구에 대한 대응이 한 박자 늦고 내용은 두루뭉수리하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한 '재벌개혁'은 민주통합당이 이미 지난해 '경제민주화특위'를 통해 추진했던 내용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비대위가 한 달 동안 갖가지 회의만 거듭하더니 손에 잡히지 않는 정강ㆍ정책만 만들었다는 것인가"라며 "논란만 거듭하다 민주당에 한 박자 늦던 무상급식 때 모습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또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려다 보니 잡탕처럼 개념이 섞여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 진영의 가치인 '선진화'를 삭제하는 한편 삭제 논의를 벌이던 '발전적 보수'에서 '보수'는 존속시켰다.
당 비대위가 정강ㆍ정책에 있던 '큰 시장'에서 '큰'이라는 표현을 빼면서 '작지만 강한 정부'를 내세운 것도 정부의 역할을 어디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평이다. 중도층의 지지가 늘어나는 반면 충청과 부산ㆍ경남 등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도가 줄어드는 한나라당의 고심책인 셈이다.
당 비대위의 결과물에 구체성이 없다는 불만 속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최근 비대위원들에게 "훌륭한 정책은 현장 속에 있다"며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청취하다 보면 국민의 삶에 필요한 부분을 정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쇄신의 기본"이라면서 탁상공론을 경계했다.
비대위원인 권영진 의원도 "민주당이나 야당은 분배정의의 관점에서 (경제민주화를) 접근하고 한나라당은 거대한 경제세력으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경제의 실현 관점에서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전적 보수'의 개정에 대해 "'보수'라는 개념에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를 분명히 내세웠다"고 밝혔다.
한편 당은 오는 30일 비대위 전체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당 전국위원회에서 정강ㆍ정책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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