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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군대가야 하나"… 행시 준비생 혼란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고시 점진 폐지"

고시촌 하루종일 이슈로

민간 채용 형평성 거론

유예기간 요구 목소리도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고시 축소 계획을 발표한 19일 고시생들이 몰려 있는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 골목이 썰렁하기만 하다. 이날 행시 준비생들은 정부가 관료사회 개혁 방안의 하나로 행시 축소 필요성을 발표하자 혼란과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정혜진기자

"아~~~" 일순간 탄성이 터졌다.

19일 오전 서울의 한 사립대 중앙도서관, 매일 아침 모여 문제풀이를 하는 한 행정고시 스터디 모임은 이날 행정법 강의 대신 TV 생중계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조금이라도 졸면 벌금을 내도록 하면서 면학 분위기를 잡던 평소보다 훨씬 진지한 모습이었다.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대통령의 입에서 '고시 점진적 축소폐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고시를 시작한 지 1년 됐다는 지모(26)씨는 "허탈하다"며 말문을 뗐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꿈과 시간, 비용 등 여러 요소를 숙고한 뒤 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고시라는 게 1년이나 2년만 하는 싸움이 아니라서 그나마 제도 자체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예측 가능성으로 긴 싸움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하루 아침에 한 부처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걸 보고 나니 혼란스럽고 허탈하다"고 했다.

이날 행정고시 수험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도 행시제도 개편은 뜨거운 감자였다. 발표 한 시간 만에 관련 글이 100건을 넘었다.

채용 규모 축소 시기를 놓고 논쟁이 커지자 한 수험생은 "흔들리지 맙시다"라며 혼란을 겪고 있는 다른 수험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곧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는 다른 수험생은 "오늘 대통령 담화가 배수진을 치게 해줬다"며 "올해 다 털어버리겠다"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동요는 이제 갓 수험생활을 시작한 초시생(고시에 처음 응시하는 수험생) 사이에서 더욱 컸다. 올봄 휴학을 결정하고 고시에 뛰어든 정모(24)씨는 대통령 담화문 발표 후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아 도서관을 나왔다. 고시를 시작하면서 군대를 미뤘다는 그는 "먼저 군대에 가야 하나 고민이 된다"며 "이제 중앙부처에서 일하고 싶으면 민간에서 경력을 쌓아야 하나 보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여름방학부터 고시를 시작하기 위해 정보를 구하던 김모씨는 "사실 로스쿨 같은 경우 부담이 커서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민간 채용으로라도 들어가려고 하면 로스쿨 자격증이 필수화되는 게 아니냐"고 했다. 한 수험생은 오늘의 발표를 놓고 "해경은 광박, 안행부는 피박, 행시는 쪽박"이라고 허탈한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법고시생들이 빠진 자리를 5급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채운 신림동 고시촌에서도 오늘의 발표는 큰 이슈였다. 점심시간에 빠르게 밥을 먹고 각자 독서실로 향하고는 했던 수험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수험생들의 밥상에는 '특채' '형평성' '사다리' '현대판 음서' 등의 말들이 오갔다. 대부분 고시제도 개편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민간 채용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 와중에도 수험생들은 한목소리로 '민간 채용절차의 형평성'을 이야기했다. 이모(26)씨는 "민간의 전문성이 곧 공직의 전문성과 동의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납득할 수 있는 민간 채용 절차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함께 있던 김모(27)씨는 "행시가 가장 마지막 남은 공정한 사다리라고 생각했다"며 "민간 전문가 채용에 다시 한 번 유명환 장관 자녀 특채 때처럼 불공정한 일이 벌어진다면 배신감이 들 것"이라고 했다.

정부에 대한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2년째 고시를 준비하는 이모(26)씨는 "유예기간이 수험생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필요하다"며 "민간 전문가의 등용문을 넓히는 만큼 기존 관료와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이루고 보상체계를 확립할지 구체적인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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