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고공비행하면서 수요국은 물론 OPEC 내부에서도 증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고유가는 산유국에 이득이지만 유가가 계속 오르면 세계경제가 타격을 입어 되레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고유가는 러시아 같은 비OPEC 회원국들의 증산을 유도해 세계시장에서 OPEC의 영향력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주 6%의 증산을 제시했고, 오는 22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OPEC회원국들이 제시안보다 높은 수준으로 산유량 상한선을 늘리는데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테러위협을 이유로 오는 2005년까지 최대 허용량인 7억배럴의 목표를 채우기로 하면서 유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2000년 미국이 전략비축유 3,000만배럴을 공급해 당시 유가를 35달러에서 30달러로 떨어뜨린 점을 거론하며, 미국당국의 전략비축유방출의사만으로 국제유가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유가는 수급요인이 아닌 ‘시장의 상승전망’ 때문에 5~10달러 정도 거품이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당분간 고유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듯=
OPEC의 증산이나 미국의 비축유 방출도 이미 대세에 들어선 유가상승을 막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시기를 놓쳤다는 얘기다. 사우디가 증산에 나서더라도 대부분 중유이기 때문에 서방국들은 정제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도 문제다. 또 미국의 정유시설 가동률은 96%로 사실상 완전가동상태다. 또 중동에서 미국까지 원유를 수출하려면 최소 6주가 걸리기 때문에 지금 증산에 나서도 미국은 7월말이 지나야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유국들이 아직은 고유가의 과실을 따는데 주력하고 있어 말로는 증산을 주장하지만 실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유가 상승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여름 배럴당 50달러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뛸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바클레이즈캐피탈도 중동정세 불투명,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원유수요, 미국 가솔린 수요급등 등을 이유로 올 여름 국제유가가 50달러수준을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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