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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그의 손끝에서 무대 주인공이 되다

'집시재즈' 연주 기타리스트 박주원<br>'나는 가수다' 통해 대중에게 존재감 각인<br>기타 독주론 드물게 전석 매진에 앵콜공연<br>英 팝페라 스타 폴 포츠도 "환상적" 극찬<br>"나만의 음악 연주하는 아티스트 되고 싶어"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재즈가수 말로의 세션으로 2007년에 합류하면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뜯는 현의 울림은 대중들의 귀에 천천히, 그러나 이명(耳鳴)처럼 자리 잡았다. 사진제공=JNH뮤직

대중들이 박주원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경연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에서부터였다.

물론 이전에도 기타리스트 박주원(33ㆍ사진)은 독주회나 콘서트, 음악프로 등을 통해 그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전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나는 가수다'는 기타리스트로서 그의 존재감을 또렷이 각인시켰다.

그가 처음으로 기타를 잡은 것은 9살 때.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던 음악학원에 여자애들 밖에 없어 다른 악기로 눈을 돌렸는데, 그게 기타였다.

기타를 어린 나이에 잡은 만큼, 그는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악기로서 기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대중들은 기타를 반주 악기로만 알고 있지, 기타가 솔로 악기라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며 "그들은 기타가 앞에서 다른 악기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했지만 나는 앨범 두 장을 내면서 대중들의 이 같은 생각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시작은 가수들의 반주자(세션)로 시작했다. 재즈가수인 말로의 세션으로 2007년에 합류하면서 그가 뜯는 현의 울림은 대중들의 귀에 천천히, 그러나 이명(耳鳴)처럼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의 소속사인 JNH뮤직의 이주엽대표는 "그는 커버곡을 제외한 앨범의 모든 곡을 직접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했다"며 "연주뿐 아니라 음악가로서도 비범한 역량을 보이고 있고, 특히 집시 음악에 한국적 감수성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음악적 재능은 '선수'들의 눈에 먼저 띄기 시작했다.

국민적 인기를 모았던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정엽, 자우림, 김범수가 노래를 부를 때 세션으로 불려갔고, 임재범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MBC의 '바람에 실려'에서도 그는 현란한 주법을 과시했다.

박주원은 지난 9월 영국의 팝페라 스타 폴 포츠(Paul Potts)로부터 극찬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폴 포츠는 자신의 트위터에 "박주원이라는 환상적인 한국의 기타리스트를 발견했다"는 글과 함께 박주원의 라이브 동영상을 링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의 실력을 입증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팬들의 반응이다.

그는 지난해말 콘서트에서 기타독주 콘서트로는 드물게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수립했고, 이달 초에는 앵콜 공연까지 했다. 박주원은 이 같은 팬들의 반응에 대해 "나의 팬들은 충성도가 높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 공연에 왔던 청중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고, 연주 후 매대에 놓고 판매하는 CD구매율도 20%가 넘기 때문이다.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중가수라 하더라도 CD구매율이 5% 안팎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말을 교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재미 있는 것은 '집시재즈'라는 그의 음악 장르다.

국내 팬들에게 생경한 '집시재즈가 뭐냐?'는 기자의 물음에 대해 그는 " 집시재즈라는 장르는 원래 프랑스에 존재하던 고전 음악의 한 형태"라며"우리나라에는 음율은 집시풍이면서 클래식 요소가 가미된 음악이 들어와서 클래식 뮤지션들이 연주하기 시작했지만 내가 하는 것은 재즈에 더 가까운 집시음악"이라고 정체성을 설명했다.

'그의 음악이 생존하고 한 발 더 나아가 뿌리까지 내릴 수 있을 지' 질문을 던지자 그가 답했다.

"우리나라의 정통 락은 댄스음악과 아이돌이 창궐하며 말라 죽었다. 3~4년전 부터 포크가 다시 뜨고 기타가 팔리며 라이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디션 프로가 선을 보이면서 밴드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놀라운 발전이다. 언제 베이스기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이는 엄청난 변화다. 마침내 관중들이 아티스트의 연주에 대해 라이브인지 아닌지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수의 노래가 립싱크인지도 모르다가, 이제는 밴드 사운드에 이상이 있다는 것까지 파악하는 수준이 됐다. 음정 틀리는 것까지 청중이 알게 됐다는 것은 연주 여건이 좋아지는 토양이 마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연주자들도 앨범을 내려고 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아무리 유명한 가수의 세션을 해봤자 반주자 아닌가? 연주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음악을 연주를 하고, 앨범을 내고,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한 번 환호를 받고 나면 생각이 틀려지게 마련인 것이다."

그는 지미 핸드릭스, 에드워드 밴 헤일런, 잉베이 맘스틴과 견줄 수 있는, 그러나 또 다른 길을 걷는 아티스트를 꿈꾸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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