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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자무역협상 불씨 살리자


자유무역주의(FTA) 열풍이 전세계에 불고 있다. 우리도 유럽연합(EU)ㆍ인도 등에 이어 미국과의 FTA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내친 걸음에 한중일 FTA까지 나아가려 하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FTA 후진국이던 우리가 선두에 나서 세계경제를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동서를 연결하는지,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FTA 정책 자체가 제공해주지는 못한다. FTA마다 상품교역ㆍ통관ㆍ세이프가드ㆍ위생검역ㆍ서비스ㆍ투자ㆍ지식재산권 등 분야가 포함되지만 제각기 교역 자유화의 정도와 속도가 다르다. FTA마다 원산지 규정 등 달라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조항도 공통된 기준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전세계에서 재료를 들여온 뒤 완제품을 생산해 세계로 수출한다. 그런데 행선지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을 일일이 맞춰야 FTA 특혜관세 혜택을 볼 수 있어 복잡성 비용도 덩달아 증가하는 문제점도 드러난다. 이러한 지역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려면 다자주의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무역규범과 교역장벽 감소의 노력 없이는 FTA 확산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자주의가 활성화돼 전세계적인 무역자유화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경제의 대외무역의존도가 90%에 육박하는 한국 경제로가 최선의 교역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어젠다(WTO DDA)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 수출은 7% 이상, 국내총생산(GDP)은 2%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 시장접근 개선 효과 외에도 전세계적 교역증대, 무역왜곡 감소, 자의적인 반덤핑조치 발동 견제 효과 등도 누릴 수 있다. 오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는 10년째 진행해온 DDA 협상과 다자주의의 향후 방향을 결정한다. 그동안 공산품 관세 감축은 물론 서비스 개방 확대, 통관절차 개선, 반덤핑ㆍ보조금 관련 다자규범 강화, 개도국 특별대우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합의 도출을 시도했으나 진전 없이 교착 상태가 지속돼 왔다. WTO 모든 회원국이 모든 의제에 대한 논의를 동시에 진행ㆍ종결하는 일괄타결 방식을 채택하다 보니 결국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했다. 합의 가능한 의제만이라도 모아 조기 수확하자는 소규모 패키지 방안도 사실상 무산됐다. 이제 최소한 다자주의의 향후 작업계획을 확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국들은 협상 진전을 위해 새로운 협상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WTO 회원국들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부 국가들에만이라도 적용되는 복수국 간 협정 형태로 선별적인 교역 자유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의 시대 변화를 반영해 기존 의제에 에너지ㆍ식량자원ㆍ기후변화 등의 의제를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도국이나 자원부국들이 반대하고 있어 과연 향후 작업계획이라도 채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WTO 차원서 조화 추진할만 이제 꺼져가는 다자주의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우리도 선ㆍ후진국, 서구ㆍ비서구 국가들이 공감할 수 있고 우리의 장기적 국익에도 합치하는 새로운 실행의제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복잡다기한 FTA로 인해 점증하고 있는 세계적인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실행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하는 것을 검토해 볼만하다. FTA 원산지규정, 통관, 투명성 관련 규정을 조사ㆍ연구해 조화시켜 나가는 작업을 WTO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 대부분의 기업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의제다. 특히 상이한 미국식 FTA와 유럽식 FTA를 놓고 고민하게 될 우리 기업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이 추구하는 FTA 정책의 장기적인 방향은 궁극적으로 '다자주의로의 통합'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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