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신천 파크리오 59㎡ 매물 136건, 31개 가격대로 거래… 타입마다 다양
매수자, 호가 믿고 덥석 샀다간 낭패… 단지 특성 체크후 매입가격 결정해야
아파트 값은 같은 단지 안이라도 동·층·향에 따라 조금씩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동의 위치·방향·높이에 따라 개방감과 채광성에 차이가 나므로 어느 정도 가격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지어진 아파트에서는 그 격차가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단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같은 단지 내 32평짜리 아파트인데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위치와 평면이 좋은 소형 아파트는 이보다 큰 면적의 가격을 웃도는 가격 역전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 59㎡(전용면적 기준) 136건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79건이 등록된 A타입의 경우 13개의 가격군이 형성돼 있었다. 28건이 등록된 B타입은 10개, 29건이 등록된 C타입은 8개의 가격대로 거래되고 있었다. 가격 역시 낮게는 6억6,000만원에서 높게는 7억9,500만원대로 1억원이 훌쩍 넘게 차이가 났다.
◇평면·조망권·편의시설 등 가격결정 요소 다양= 같은 단지 내 같은 면적의 주택임에도 이처럼 다양한 가격군이 형성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단지의 대형화, 평면 다양화와 초고층 설계. 단순히 '32평형은 얼마'라는 식의 과거 단일가격 체계가 깨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 2008년 옛 시영1·2·3단지를 재건축해 입주한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의 경우 단지 규모가 6,864가구에 달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미니 택지지구급이다. 단지 규모가 크다 보니 단지 내 폭만 해도 1㎞에 육박한다. 보통 성인 걸음걸이로 15~20분 거리다. 서쪽은 지하철 잠실나루역, 동쪽은 올림픽공원과 맞닿아 있다. 단지 남쪽에 위치한 동들은 성내천과 한강 조망권을 갖추고 있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라도 공원·강·지하철 등 집값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에 따라 집값이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입지뿐 아니라 같은 59㎡라도 평면이 세 가지로 갈리다 보니 개별 아파트 거래 가격이 딱히 '얼마'라고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인근 잠실동 리센츠의 경우 같은 평형이라도 한강변에 있는 124㎡ 아파트는 최고 16억원까지 호가가 형성돼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14억원 안팎으로 가격 차가 크게 났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나 근린공원,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등 교육시설, 도로와의 인접도 등도 중요한 변수다. 2,444가구 규모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의 경우 신반포역이 가깝고 잠원초등학교와 접해 있는 곳이 거래도 잘되고 호가도 높다.
◇분양가도 평면·조망권 따라 천차만별= 특히 건설사들이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설계를 시도하면서 평면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최근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 광명시 철산동 A아파트의 경우 같은 전용 84㎡지만 평면 타입에 따라 2,000만원 이상 시세가 차이 난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타워형의 경우 맞통풍이 되지 않는데다 불필요한 복도공간 때문에 판상형 설계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다양한 격차는 신규 분양 아파트의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양을 앞둔 서울 강남 세곡2지구 '강남 더샵 포레스트'의 경우 124㎡ D타입과 A타입의 분양가가 1억원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 시행사 관계자는 "평면설계도 미세하게 차이가 있을 뿐 분양 가격 결정의 가장 큰 요인은 조망권이었다"며 "146㎡ D타입의 경우 아파트 단지 뒤 대모산 등이 잘 보이는 곳에 배치돼 있어 분양가격이 더 높다"고 말했다.
◇실거래도 참고사항…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해야= 최근 잠실 한 아파트 단지 59㎡ 주택이 84㎡보다 가격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중소형 아파트 간의 가격역전 현상 발생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올해 1·4분기 14층의 59㎡가 8억500만원에 팔렸고 1층의 84㎡는 7억9,000만원에 팔렸다는 것. 하지만 이 소식은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2건의 거래 이외에 대부분의 거래가 84㎡는 8억원 후반에서 10억원까지, 59㎡는 6억~7억원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로열층과 저층이라는 기준 외에도 거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교통 및 생활여건, 조망권, 동배치, 내부 시설은 물론 집주인의 경제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며 "다른 매매사례와 살펴봐도 특수한 경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처럼 다양하게 나타나는 가격을 수요자가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현재 시장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대부분의 호가는 집주인인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형성되지만 매수자가 원하지 않는 가격은 금세 시장에서 사라진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조금 시간을 두고 가격 변동을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거래가 역시 대단지일 경우 직접 거래물건의 특성을 파악해 본 후 매입격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거래된 물건의 동·층·향은 물론 발코니 확장 여부 등을 파악해 본 후 자신이 거래하려는 주택과 비교해 매수가격의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그나마 현재 수요자에게 제공되는 가격 정보 중 실거래가의 신뢰도가 가장 높지만 이 역시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여러 곳의 중개업소를 방문해 단지 내 거래 특성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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