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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3월 31일] '문화한류'에 이어 '경제한류'를
입력2008-03-30 19:17:17
수정
2008.03.30 19:17:17
지난해 필자가 속한 회계법인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개최한 각국 대표 모임에서 파키스탄 대표는 필자가 한국에서 왔음을 알고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한국의 경제 개발 과정에 대한 자료를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그는 크게 기뻐하며 한국이 파키스탄의 경제 개발 모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파키스탄 정부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다는 그는 한국의 경제 발전 노하우를 이해하고 이를 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묘안을 찾을 수 있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귀국 후 여러 서점을 들러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찾아봤지만 안타깝게도 영문으로 잘 정리된 책자가 없었다. 가까스로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을 통해 책자 한 권을 주문해서 보내준 적이 있다.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어찌 필자가 개인적으로 만난 파키스탄만 이겠는가. 주위 분들에게 베트남, 러시아 주변국,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동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멀리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도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 지극한 관심이 있고 이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경제 개발을 시작한 지 30년도 안 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을 키워냈으니 우리나라가 개도국의 산업화 성공 모델이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인당 GNP 82달러(1961년)의 ‘도둑맞은 폐가’의 나라에서 일인당 GNP가 최근 20,000달러를 넘어섰으니 말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순수하게 인적자원만을 기반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한(A country is poor because it is poor)’ 빈곤의 악순환 사슬을 끊고 선진국 문턱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IMF구제금융 이후 시작된 기업구조조정이 금융권만이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일반화돼 현장 경험이 많고 잠재력이 풍부한 고급 인력들이 조직을 떠나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공직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 30~40년 동안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역군으로 활약했던 주역들이다.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의 주역이며 한국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몸소 이끌고 경험했던 인재들이기도 하다.
이제 대한민국이 경제 선진국으로서 개발도상국을 돕는 국제 사회의 일원이 돼야 하는데 이러한 인력으로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하는 방식을 취하면 어떨까.
공직이나 민간기업과 공기업에서 퇴직한 고급 인력을 선발해 해외 적응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이들로 ‘한국 경제ㆍ경영 봉사단(가칭)’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초기 단계에 있는 아시아ㆍ중동ㆍ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와의 협의를 통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력을 일정 기간 파견하는 것이다.
이들이 파견된 국가에 우리의 경제 성장 노하우를 접목해 해당 국가의 성장 동력에 불을 붙일 수 있다면 문화한류에 이은 제2의 경제한류가 형성될 수 있다. 개인들은 수십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사장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할 수 있어 좋다. 다른 나라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 보람도 클 것이다.
봉사단은 한국과 해당 국가의 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할 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경제 교류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 사회 네트워킹이 강화돼 대한민국의 인지도와 영향력도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면 우리 기업들이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새 정부는 자원 외교를 포함한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적 우호 관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한국 경제ㆍ경영 봉사단(가칭)’의 창단과 활동을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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