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북촌 한옥마을과 삼청동 카페골목 일대. 좁은 골목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가게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왕복 2차선 삼청로는 길게 늘어선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지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제대로 된 주차시설이 없어 항상 애를 먹는다"며 "지역 명소라고 홍보하기 전에 올 수 있는 기반 시설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도심 속 한국의 전통을 찾을 수 있는 북촌한옥마을, 아기자기한 카페ㆍ음식점이 가득 들어선 삼청동 주변이 서울 관광 명소로 자리잡으며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년 전인 지난 2003년 12월 이 지역에 대형 주차장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서울시가 정독도서관 지하에 300면 규모의 주차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과 예산 사용을 두고 대립하며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23일 시와 시교육청에 따르면 정독도서관 지하 주차장 조성 사업은 5월7일 양측의 만남을 끝으로 더 이상 진전이 없다. 주차장이 도서관 3동 지하에 들어설 경우 이 건물을 고쳐 지어야 하는데 약 22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누가 대느냐를 두고 두 공공기관이 맞서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3동 건물 개축 비용을 서울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동 건물은 2010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아직 사용이 가능한 C급 판정을 받았다. D급을 받아야 새로 짓거나 고칠 수 있는데 더 쓸 수 있는 건물을 지하 주차장 때문에 손 대야 하는 만큼 원인을 제공한 서울시가 비용을 대야 한다는 논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주차장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우리는 원하지 않는 공사를 해야 하므로 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며 "무상급식이나 학교운영비 지원 등 당장 교육청 예산이 쓰일 곳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주차장 건설비 외의 추가 예산 편성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홍연 서울시 학교지원과장은 "개축 비용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교육청의 재산인 도서관 개축 비용을 부담할 법적 근거가 없어 투자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차장 부지를 옮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주변에 마땅한 자리가 없는 게 문제다.
정독도서관 내 다른 쪽인 정원 밑은 조선시대 화기도감 터여서 공사 중 유물이 발견될 경우 진행이 힘들 가능성이 있고 1동ㆍ2동 건물은 옛 경기고등학교로 쓰던 곳으로 서울시 등록문화재다. 가까이 재동초등학교 주변은 차량 증가로 어린이가 위험에 빠진다는 여론이 걸림돌이다.
결국 정독도서관 3동 밑이 최선이지만 시와 시교육청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예산을 어떤 기관이 내는지 관계없이 주차장이 필요한 시민들의 불편만 계속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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