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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gladiator). 검투사란 뜻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글래디에이터’로 낯설지 않다. 영화는 재미있게 감상했지만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공화정으로 복귀하려 했다는 설정 자체가 틀리다. 오히려 15세에 불과한 아들 코모두스를 공동황제로 옹립한 게 마르쿠스다. 로마의 최전성기라는 5현제(五賢帝) 시대의 양자(養子) 계승 전통은 이때 깨졌다.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는 것은 코모두스의 성격 정도다. ‘명상록’을 지은 철학자로서도 존경받는 마르쿠스 황제의 유일한 실정은 후계자 선정이었다는 평을 들을 만큼 코모두스는 무능하고 거칠었다. 잔혹한 성격의 코모두스는 직접 검투사로 나서 735회나 시합을 가졌다. 약한 상대를 골라 대전료도 꼬박 챙겼다. 재위기간은 13년. 기원후 180년 19세 때 제위에 올라 192년 12월31일 목욕을 하던 중 검술 연습상대에게 목 졸려 죽었다. 코모두스의 암살 소식에 로마는 환호했다.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물가고 탓. 방탕한 그는 아버지 시대의 영화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경제사는 이 대목에 주목한다. 재정이 빈약해진 코모두스가 택한 것은 화폐의 타락(debasing the currency). 은화 데나리우스에 들어가는 은의 함량을 줄여 차익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돈이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급등하고 재정이 궁핍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코모두스에 의해 순도 70%로 떨어진 로마의 은화는 타락을 거듭해 260년께에는 순도 5%에 불과한 악화로 전락했다. 로마의 권위도 떨어졌다. 멸망(476년) 한참 전부터 거대제국은 병들어 있었다. 로마 멸망의 서곡은 검투사 황제 코모두스의 악화 남발에서 울렸다. /권홍우ㆍ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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