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학교주관구매제 첫 시행을 앞두고 업계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주 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대리점 점주들은 최근 3일간 교육부 앞에서 단체 시위에 나섰다. 각급 학교가 입찰을 거쳐 1개 업체를 선정해 교복을 공동구매하는 이번 정책은 결과적으로 두 집단의 고사로 이어진다. 우선 학교가 학생을 대신해 교복을 고른다면 물건을 비교, 구매하는 소매 대리점은 존재 의의를 잃는다.
교육부 매뉴얼에 따르면 대리점들은 현재의 암묵적인 영업권 제한에서 벗어나 광역시도 단위로 입찰할 수 있다. 개정안은 교육청 수용을 전제로 전국 단위 입찰도 허용했다.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대리점이 단 1개만 있어도 전국 5,000여 학교에 입찰하는 것이 아울러 가능해졌다. 실제 일부 브랜드 업체는 벌써부터 대리점을 제치고 도매상 격인 시도 총판을 통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입찰이 늦어지며 3개월째 휴업·폐업 수순에 돌입한 하청 생산공장도 사라질 대상이다. 교복은 국내의 모든 의복 중 유일하게 100% 국내에서 만든다. 소비자 경쟁이 사라진다면 값비싼 국내 제작을 고집할 이유도 없어진다.
개선안이 입찰 자격을 '교복제작 유경험' 업체에서 '의류생산 유경험' 업체로 바꾸면서 새로운 파장도 예고된다. 교육부가 신규 업체의 시장진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지만 전형적인 중기 시장인 교복시장을 대형 의류기업에 노출하는 결과도 낳고 있다. 대형 의류기업들은 시장 규모가 작고 4개 기존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하며 대리점 구축비용이 상당한 점 등을 들어 진입을 꺼려왔다. 그런데 이번 제도로 진입 장벽 자체가 상당수 해소됐다. 일부 입찰 결과 4대 브랜드의 점유율은 기존 85%선에서 30%선으로 떨어졌다. 70%의 '무주공산'에서 낮은 가격 대비 이익을 올리려면 일정 이상의 규모가 필수다.
일부의 출혈을 감내하더라도 타당한 목적이 있다면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업계가 '교복가 상한제'를 수용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제도를 도입해 중소 업체들이 꾸려온 판 자체를 뒤집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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