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인 이병철과 정주영처럼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의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1980년대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부상시킨 '기업영웅'이다. 지금도 일본 경영자들에게 좋아하는 경영자를 물어보면 대부분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혼다 소이치로를 꼽는다. 일본의 장기불황이 계속되자 2000년대 들어 두 사람을 재조명하는 책이 쏟아지고 있다. 성장과정부터 성격, 경영철학 등 여러 방면에서 다른 면모를 지녔던 두 사람을 비교 분석한 책 '경영의 맞수'역시 그런 흐름의 일환이다. 두 사람을 경영자로 구분하자면 소이치로는 '기술자(도전형)', 고노스케는 '관리자(시장형)'라 할 수 있다. 즉 소이치로는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경영자였던 반면 고노스케는 끈기와 균형을 강조한 경영자였다. 두 사람은 성장과정부터 달랐다. 대장장이 집의 맏아들로 태어난 소이치로는 자동차와 비행기를 좋아하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자동차 정비업체에 들어갔다. 반면 고노스케는 부유한 가정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부친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울자 초등학교를 그만 두고 고용살이를 시작한 그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소이치로는 사장실보다 공장으로 출근해 기술자들과 연구 개발에 몰두하길 좋아했다. '현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괴팍한 언행의 소유자로 유명했던 그는 "애사심따윈 필요없다. 자신을 위해 일하라"며 직원들의 성장을 독려했고 학벌과 신분에 따른 차별을 없애기 위해 사원과 임원이 모두 같은 작업복을 입게 했다. 혼다는 기술을 중요시했기에'다른 사람, 다른 회사를 절대 모방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체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기술 부분에 관한 전폭적인 투자와 현장 근로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이런 목표 아래 나온 것이다. 고노스케의 경영은 '맡기면서도 맡기지 않는다'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각 사업부에 권한을 이양하면서도 정보와 자금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기업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사회에 공헌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기업의 이윤추구와 사회적 책임을 중시했고 기술 개발보다는'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장사가 되는 기술'을 찾는 데 집중했다. 장래성이 높은 기술이 있다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기술 제휴를 맺어 그 기술을 도입했다.'팔리는 기술'을 보는 안목을 길러 '미투 전략(Me tooㆍ타사가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히트 시키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몸이 약해 남에게 일을 부탁하는 법을 배웠고 학력이 모자랐기에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구했다"는 그의 말은 이 같은 경영전략을 세우게 된 배경이다. 두 회사의 극명한 대비는 1973년 혼다와 마쓰시타전기의 직원 상호교류 연수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마쓰시타전기 직원들은 혼다의 자유로운 사풍에 '혼다는 엉터리 회사'라고 비웃었고 혼다 직원들은 마쓰시타전기의 규칙적이고 정돈된 사풍에 '이렇게 숨 막히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며 혹평했다. 책은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경영방법을 비교하고 장점만을 취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1만 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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