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본인의 은퇴 후 모습을 그려봤을 것이다. 하지만 황혼의 여유를 그려보기도 전에 은퇴 준비에 대한 아래와 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으리라 짐작된다.
'은퇴자금을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는 부담된다. 주식보다는 안전한 금융상품이 낫다. 그런데 금리가 낮다. 복잡한 금융상품은 이해하기도 어렵다. 자녀들을 출가시킨 후에는 큰 아파트가 부담이다. 부동산 가격도 점점 떨어지고 모기지도 남았다. 아이들은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 대도시보다는 귀농을 꿈꾸지만 준비한 것이 없고 불편할 것 같다. 자신이 없다. 나는 아직 건강하고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일할 만한 곳은 별로 없다. 뭔가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못해 본 꿈들이 생각난다. 늦었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세계 여행도 하고 전원주택도 사고 싶다. 그런데 살고 있는 집 외에는 자산이 별로 없다. 자녀들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겠다 하고 나도 자녀들에게 얹혀 살고 싶진 않다. 가진 자산을 자녀에게 더 투자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이다. 은퇴 준비? 나에겐 사치다.'
이제 잠깐이라도 차분하게 앉아 은퇴 후 하루를 그려보자. 은퇴 이후 난 무엇을 하고 있을까. 1~2년이 아닌 최소한 30년은 이어나갈 라이프 스타일을 그려야 한다.
고령화 사회는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어쩌면 지하철의 노약자 보호석이 일반석으로 옮겨 갈지도 모른다. 노인에 대한 사회보장이 늘어날수록 청년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사회ㆍ경제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하는 게 현명할까.
금융인으로서 우선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특히 지속적으로 발생 가능한 수입원을 확보하길 권한다. 연금 가입이 핵심이다. 여기에 장ㆍ단기 계획에 맞는 저축도 해야 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국민연금ㆍ퇴직연금ㆍ개인연금 중 한두 가지가 미래의 유일한 수입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힘들면 형편에 맞게 일단 시작하자. 빠를수록 유리하다.
지나친 걱정은 되려 독이 될 수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회ㆍ경제적 변화를 걱정하지 말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자.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가 불행해진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지금의 삶에 충실하고 현재의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우선이다. 단 은퇴 이후에 어떤 삶을 살지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고, 준비하는 노력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은퇴 설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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