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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의 아름다운 12년은 20개의 빛나는 열매로 결실을 맺었다.
박태환(25·인천시청)이 아시안게임에서 통산 20번째 메달을 획득해 한국 선수 역대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박태환은 26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혼계영 400m 경기에서 박선관(대전체육회), 최규웅(부산중구청), 장규철(강원도청)에 이어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영자로 나서 3분39초18의 기록으로 중국(3분31초37), 일본(3분31초70)에 이어 동메달을 합작했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목에 건 데 이어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금 3개, 은 2개, 동 2개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번 인천 대회에서 자유형 100m 은메달과 자유형 200·400m,계영 400m와 800m, 혼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아시안게임에서만 총 금 6개, 은 4개, 동메달 10개를 수집했다.
지난 21일 시작된 이번 대회 수영 경기에서 매일 출전하며 둘째 날부터 하루 하나씩 메달을 추가한 박태환이지만 이날은 앞서 열린 자유형 1,500m에서 15분12초15(4위)에 레이스를 펼치며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400m 혼계영의 마지막 영자로 물 속에 뛰어들어 끝까지 3위 자리를 지켜내 동메달을 확정했다.
경기 직후 박태환은 "경기가 끝나서 기분이 좋다"며 "경기에 대한 아쉬움은 많이 남지만 지난 것은 돌이킬 수 없으니 이번 경험을 밑바탕으로 한다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메이저 국제종합대회가 열린 만큼 (홈그라운드 이점을) 잘 활용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앞으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안게임 통산 한국선수 최다 메달 기록에 대해서는 "값진 기록이 남게 돼 기분이 좋다. 자유형 1,500m에서 하나 더 땄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미흡했던 경기라 좀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눈에 띄게 살이 빠진 박태환은 "연이어 경기를 많이 하다 보면 보통 7㎏ 정도 빠진다"면서 "도하, 광저우 때와 종목은 같았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견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아시안게임에) 또 나가게 되면 그때 더 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전국체전이 있으니 곧 다시 훈련 시작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한편 경기 직후 박태환은 맞수 쑨양(23·중국)에게 깜짝 생일 축하를 받았다. 박태환이 혼계영 400m 시상식을 마치고 메달 세리머니를 펼치는 동안 쑨양이 케이크를 든 행사 진행요원과 함께 나타난 것. 장내에서는 하루 뒤인 27일이 박태환의 생일이고 쑨양이 이를 축하하려고 케이크를 준비했다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직접 박태환을 위한 '깜짝 생일 이벤트'를 준비한 쑨양은 당초 자유형 1,500m 경기를 끝내고 케이크를 전달할 생각이었으나 박태환이 연이어 혼계영 400m에도 출전해야 했기에 본부석 쪽에서 좀 더 기다린 끝에 뜻깊은 자리를 함께했다. 쑨양은 '태환아, 생일 축하해'라고 한글 인사를 적은 케이크를 전달했고 뜻밖의 선물을 받은 박태환은 환하게 웃으며 쑨양과 포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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