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민주노총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과도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어 회사 안팎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8일 발간한 노조소식지를 통해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3만2,000원의 인상을 사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액 면에서 역대 임단협 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5년 동안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을 보면 △2009년 회사에 위임 △2010년 8만9,182원 △2011년 13만545원 △2012년 11만1,231원 △2013년 9만1,221원 등이다.
이 같은 높은 임금인상 요구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에 재가입을 추진하면서 노동운동이 강성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대폭 인상 외에 성과급으로 '250%+α'를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해 노사협상에서는 성과급이 200%로 타결됐다. 노조 측은 이와 함께 호봉승급분도 현재 2만3,000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고 노조 전임자 전원에 대한 임금지급도 요구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인상안 등이 담긴 모두 50여개의 임단협 집행부 요구안을 오는 10일 임시대의원대회 의결을 거쳐 확정한 뒤 18일께 회사에 전달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10월 20년 만에 '민주노조'를 내세운 강성노조의 등장으로 일찌감치 상생의 노사관계에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19년 연속 이어온 '무파업' 노사협상 타결 기록도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올 임금·단체협상안이 이날 공개되면서 올 노사협상이 적잖은 난관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병모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현 노조집행부는 지난해 10월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군소 강성 재조직 연합 대표로 나서 당선됐다. 조합원들이 강성 집행부를 선택한 것은 그동안 실리 노선의 집행부가 회사 측과의 임단협 교섭과정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물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표심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 집행부가 올 임금협상을 통해 취약한 노조 내 기반을 확대하고 나아가 노조 내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온건 실리 성향 노조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경영사정 등을 감안하지 않고 민주노조의 선명성만 내세워 무리한 요구로 일관한다면 자신들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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