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고] 자산운용사들의 선결 과제
입력2004-10-12 17:03:08
수정
2004.10.12 17:03:08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기고] 자산운용사들의 선결 과제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국내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올 9월 말 현재 외국계 지분율 50% 이상으로 진출한 자산 운용사만 해도 9개사에 이른다. 현재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도 수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국내진출이 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기관자금도 계산에 넣고 있겠지만 궁극적인 비즈니스 목표는 우리나라의 가계금융자산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지난 2003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금융자산은 1,031조원 규모에 달했다. 세계 1위인 미국의 34.3조달러(약 4경원), 2위인 일본의 1,410조엔(약 1경5,000조원)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세계에서 10~15위권에 드는 만만치 않은 규모인 것이다. 과거 10년 동안 연평균 9% 이상씩 늘어왔으며 올해 1년 동안 신규유입 없이 5%로만 운용된다 해도 연말에는 1,100조원 가까운 규모로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피땀 흘려 모은 개인금융자산을 그동안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키워주고 보호해주기보다는 오히려 훼손시켜왔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이유로 국내업계가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 그들의 비즈니스에 유리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을 것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더욱더 주목하는 것은 개인금융자산의 구성이다. 1,031조원에 이르는 개인금융자산의 80% 이상이 은행예금(전체의 57%)을 중심으로 하는 저축상품에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예금에는 12% 정도밖에 넣어놓고 있지 않고 80% 가까이를 주식ㆍ채권ㆍ투신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에 운용하고 있는 미국가계의 금융자산 구성과는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가계금융자산 중에서 투자신탁펀드에 들어가 있는 비율은 연금ㆍ변액보험 등을 경유한 간접보유분까지 합치면 30% 가까이나 된다. 미국 전세대의 52% 즉, 두세대 중 한세대는 투자신탁펀드로 노후대비 자산형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자산 운용회사들은 한국의 가계들도 저금리ㆍ고령화 시대를 맞아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금융자산을 투자상품으로 운용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금리저하에 따라 개인금융자산이 저축상품에서 투자상품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미국의 80년대 초와 지금의 한국이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한 환경에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운용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비해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개인금융자산 유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가. 통계로 나타난 결과만 본다면 거의 노력하지 않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우선 160조원 규모에 이르는 투자신탁운용 잔고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도 이르지 못한다. 나머지는 법인자금, 그것도 대부분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이 차지하고 있다. 투신시장의 본래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의 자산운용을 도와주는 시장이라기보다는 기관의 단기자금 운용시장으로 변질돼 있는 것이다. 전체의 70% 정도를 개인자금이 차지하고 있는 미국ㆍ일본의 투자신탁시장과는 질적으로 다른 시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개인금융자산을 저축상품에서 투자상품으로 유치하는 데는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외국계 운용사들은 본국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는 반면 한국의 운용사에게는 그만한 노하우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외국사들은 우리나라에서 개인금융자산 유치중심의 비즈니스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쉬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내 운용사들도 개인금융자산 유치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소액의 자금을 모아 손익을 맞추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국내 자산운六瑛?경영자들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대주주에게 자산운용업의 본질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다. 예를 들어 개인의 소액투자자금을 모아 조성한 100억원 규모의 펀드가 기관의 단기자금을 운용해주는 1,000억원 규모의 펀드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는 점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개인자금으로 손익을 맞출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시켜서 시간을 벌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에는 개인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이다. 저금리ㆍ고령화 시대에 왜 개인금융자산을 저축상품에서 투자상품 위주로 운용해야 하는가, 그 중에서 왜 투자신탁인가, 왜 장기ㆍ분산투자인가 등등에 대한 투자교육 없이는 개인금융자산 유치가 불가능한 것이다.
운용성적이 높다는 것만으로 훌륭한 운용회사가 될 수는 없다.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고 투자자로부터 신뢰받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퓔▤?운용회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4-10-12 17:03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