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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카지노 유치처럼 쉬운 길로만 가서는 안 돼"

19일 서울시청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경제학 대담 "창조경제 도전에는 안정된 복지제도 필요"

19일 저녁 8시께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왼쪽)과 박원순 시장이 경제학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제공 = 서울시

“카지노 유치, 외국 대학 분교 유치처럼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오래 걸리고 어렵더라도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길으로 가야 합니다.”

19일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경제석학 반열에 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가 천만도시 서울의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애정어린 조언을 건넸다. 대규모 투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서울이 가지고 있는 건강한 자원들을 활용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최근 라스베거스 샌즈그룹이 수조원을 투자할 의사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오픈 카지노 유치 제안도 받고 있는 서울시도 참고할 조언으로 여겨진다. 앞서 박 시장은 “아무 투자나 받을 수 없다”고 카지노 유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적 있다.

19일 장하준 교수는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이 주최한 ‘장하준 교수가 들려주는 경제학 강의’에서 강연, 박원순 서울 시장과 경제학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민선 6기 시정 기조에서 창조경제를 내세웠던 박 시장은 대담에 앞서 장 교수의 강의 내내 자리를 지키고 중요한 부분에는 필기를 하며 열띤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의 대담에서는 서울의 창조경제에 대한 생각이 오갔다. 박 시장이 먼저 이날 열었던 서울시의 버려진 지방선거 현수막 작품전시회를 언급하며 “선거가 끝나고 나면 흉물이었던 현수막이 재활용으로 이렇게 상품으로도 팔 수 있게 태어났다”며 “창조경제라는 게 발상의 전환 아닌가”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장 교수는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기초를 잘 쌓는 것과 도전을 할 수 있는 복지제도 두 가지를 꼭 필요한 요소로 제시했다. 그는 복지제도에 대해서 “스웨덴의 역사적으로 꼽히는 복지 구호가 ‘안정된 사람들이 더 과감하다(Secured people dare)’였었다”며 “안정된 복지제도가 있어야 진취적으로 도전하고 시도하게 된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장 교수는 자신이 경제학을 하는 데 있어 부친 장재식 전 장관으로부터 받은 영향도 소개했다. 그는 “예전에 경제학을 한다고 하니까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국세청장으로 있을 때) 경제학자들에게 세수 추계를 만들라고 주문했더니 25년 현장에서 일한 주사(세무공무원)보다 나은 게 없었다’였다”며 “아버지 말씀 덕분에 이론의 한계 극복하고 경제학 공부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또 교수라는 길을 선택한 데 대해서는 “사람들이 따르는 조류에 따르려고 했으면 교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길을 걷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니가 하고 싶어하지 않은 일을 하려면 대기업이나 은행에 가서 돈이라도 많이 받아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고 했다. 이에 박 시장은 “제가 36대 시장인데 지금까지 많은 시장들 중 한사람이 되려고 시장이 된 것은 아니다”라며 “서울을 다르게 만들 수 있는 다른 시장이 되기 위해서 시장이 된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경제학을 학문이라고 생각해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경제는 전문가에게만 맡겨서는 안되고 시민이 경제학을 배워서 경제학자, 경제정책 입안자에게 감시의 눈을 떼지 않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장하준 교수의 강연에는 박 시장을 비롯한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시민, 공무원 2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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