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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대차의 마지막 기회
입력2007-01-04 16:51:24
수정
2007.01.04 16:51:24
100만원.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다.
얼마 전 신정연휴 때 만난 한 선배는 “연말이라 일감이 없어 직원들 월급주기도 힘들다”며 “일단 날이 풀릴 때가지 조금 모아놓은 돈으로 버틸 요량”이라고 했다. 이 선배는 경기도 파주에서 작은 가내수공업을 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받는 월급은 대략 70만~80만원 정도다. ‘100만원’이 채 안되는 액수다.
몇 해 전 현직 차관급 고위 공무원이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동문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사실이 적발돼 쫓겨난 일이 있었다. 해당 기관의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의 대가였던 모양인데 그 액수가 딱 ‘100만원’이었다.
지난 3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수십명의 노조원들이 성과급을 덜 지급했다고 반발하면서 사장까지 폭행하는 아수라장을 벌였다.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이 “난동 그 자체”라며 혀를 찼을 정도다. 그런데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50%의 성과급을 더 달라는 것이었다. 그 50%가 ‘평균 100만원’이라고 한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성과에 따라 받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의 계속된 파업으로 생산목표를 낮췄다. 하지만 이렇게 낮춘 목표도 채우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하지만 회사 사정은 사정이고 연말성과급 150%는 건드리지 말고 내놓으라고 한다. 이쯤되면 억지 수준을 넘어 폭력에 가깝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지역에 있는 노조는 밀려드는 상용차 수요를 맞추기 위해 주야간 2교대 근무를 하자는 노사합의안도 “밤에는 일하기 싫다”는 이유로 부결시켰다. 한푼이 아쉬운 일반 서민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자세다.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에는 그런데도 여전히 “사측의 도발에 모든 것을 걸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바깥 세상의 평판이나 시각과는 담을 쌓고 살겠다는 자세다. 오죽하면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환율보다 노조가 더 무섭다”고 말할까.
힘든 일은 하기 싫고 월급이나 수당은 더 받고 싶고. 누구나 꿈꾸는 직장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꿈 속에나 존재해야 하는 직장’이다. 노사가 서로 약속한 내용을 버젓이 놔두고 ‘연말이니까 관행대로 성과급을 지불하라’는 억지는 꿈속에서나 통해야 한다.
주변에서는 현대차의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노조 요구에 적당히 타협하면서 성과에 관계없이 성과급을 지급해온 관행이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승자박이라는 이야기다.
현대차에는 어쩌면 이번이 노사관계와 원칙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이번에도 노조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한다면 스스로를 얽매고 있는 올가미는 더욱 풀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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