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아동교육 전문가인 제임스 알비노 박사는 아이의 영재성은 부모가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즉 부모의 관심과 말에 따라 평범한 아이가 영재가 되기도 하고 혹은 영재성을 가지고 있어도 평범한 아이가 되기도 한다. 음악·과학 등 분야별 저명인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그들의 부모는 아이가 흥미를 가진 일에 열중하도록 지지하고 가능성과 재능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부모의 마음이야 모두 같겠지만 이미 장성한 자녀를 둔 필자도 아이들이 자랄 때 좀 더 관심을 갖고 그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린 새싹들을 그저 키우는 데만 급급해서 더 큰 가능성을 놓친 것은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이와 같이 작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크게 자라도록 하는 것은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처음에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씨앗에 미래의 가능성이라는 놀라운 힘이 응집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예술계에서 이러한 가능성의 발견은 정말 어렵고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한국공예·디자인 산업의 진흥을 위해 작가 지망생들의 아이디어와 작품을 심사할 기회가 많은 필자는 이러한 숨겨진 작은 가능성을 찾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작은 가능성이 얼마나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 것은 '스타상품개발'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신진 공예·디자인 작가들과 전문가들의 협업 과정으로 이뤄지는 이 프로젝트는 먼저 공모를 통해 신진 공예 작가들의 가능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발굴한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통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은 물론 마케팅·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링이 진행되기 때문에 작가들은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본인의 작품을 바라보고 개선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오랜 연륜과 만난 미완의 아이디어는 수개월의 연구를 거듭한 끝에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는데 지난해는 전통 갓에서 영감을 받은 가방, 금속 느낌을 가미한 도자 시리즈 등 신선한 아이디어와 실용성을 두루 갖춘 다수의 공예품을 만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자칫 사라질 수 있던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발견해내고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 입을 모은다. 덕분에 기성 작가들에게는 찾을 수 없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접근방식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실용성과 기품이 넘치는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모든 가능성은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이 상호작용해 만들어낸다. 눈에 보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숨겨진 가능성을 찾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상대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가능성이 보일 리 없고 꾸준한 관심이 없으면 가능성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득 '사랑하면 보인다.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고 시작되던 어느 시가 떠오른다. 어쩌면 이 시가 '가능성 찾기'에 꼭 맞는 정답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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