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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오스트리아 배워라

■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 안병영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br>첨예한 이념 대립·내전 등 부침 불구 대연정·파트너십 통해 강소국으로<br>한국이 눈여겨봐야 할 국가모델


빈에 있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왕가 궁전 전경이다. 오스트리아는 지정학적 위치, 전승국의 분할점령 등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은 가운데 구매력기준 지난해 1인당 GDP가 4만4,200달러로 독일을 넘어 우리 발전의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서울경제DB

강대국들 사이의 지정학적 위치, 늦은 자유주의ㆍ산업화ㆍ민주화, 전승국들에 의한 분할 점령과 통일에 대한 염원, 공산화의 위협, 반세기 만의 놀라운 경제 발전….

오스트리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과 비슷한 길을 걸어왔지만, 비슷한 기간 속 전혀 다른 결과를 이뤄냈다. 정치적 좌ㆍ우 세력 간의 대연정과 사회적 파트너십을 통해 정치ㆍ사회적 안정은 물론 1인당 GDP 4만4,200 달러 수준의 강소국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한 것. 정치ㆍ행정학자이자 김영삼ㆍ노무현 대통령 시절 두 번에 걸쳐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저자는 이러한 오스트리아야말로 한국이 눈여겨봐야 할 국가모델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념적 과잉과 갈등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권과 시민사회, 언론계, 지식인의 담론 구조 속에서는 합의도 해결도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래서야 남북관계 개선이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노사관계 해결, 선진국 진입 모두 어렵다는 얘기다.

한때 유럽을 호령하던 합스부르크 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알프스 산간의 약소국 오스트리아로 전락한다. 제1공화국으로 재출발한 오스트리아는 이내 좌ㆍ우 간의 첨예한 이념대립 속에 내전까지 겪게 된다. 이후 파시스트 정권을 거쳐 히틀러에 합병되고 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린다. 그리고 전승국들에 의한 분할점령.

하지만 이 끝없는 몰락의 시나리오 속에서 두 정치가 레너와 크라이스키가 반전을 이끌어낸다. 오스트리아의 정치지도자들은 10년에 걸친 끈질긴 설득 끝에 중립국으로서의 통일을 이루고 제2공화국을 출범시킨다. 이후 68년간의 세월에서 41년을 좌ㆍ우파가 대연정을 통해 합의와 상생을 이뤄낸다. 앞서 말한 레너는 제1ㆍ2 공화국 형성의 주역, 크라이스키는 오스트리아 국가모델의 기본 틀을 완성한 인물이다.

또 사회적 파트너십으로 표현되는 오스트리아의 '네오 코포라티즘'은 서구국가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이고 발달된 노사정 협의체제로 꼽힌다. 이는 전후 경제성장과 완전고용, 정치적 안정과 복지국가 구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제1공화국 시절인 1934년 소위 '검은 진영'과 '붉은 진영' 간의 시민전쟁, 즉 내전까지 치룬 오스트리아를 합의에 이르게 한 것은 뭘까. 저자는 먼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에 의한 분할점령과 그에 따른 정신적 충격을 꼽는다. 제국의 붕괴와 제1공화국에서의 실패를 기억하는 국민과 정치인들에게 이는 확실한 교훈을 안겨줬다. 여기에 인근 체코슬로바키아ㆍ헝가리 등이 공산화되는 것을 지켜본 것도 경계심을 키웠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학습효과도 컸다. 좌ㆍ우 세력간의 '치킨게임'은 결국 민주주의를 끝장내 나치의 독재를 불렀고, 그 기간 많은 정치지도자들은 수용소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자유의 소중함과 교조적 이데올로기의 해악을 재인식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 가운데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너와 크라이스키가 운신할 자리가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측면은 물론 역사ㆍ문화적인 측면까지도 고르게 접근하는 이 책은 1960년대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한 저자의 '반세기에 가깝게 오래 묵고 발효된' 주제다. 오스트리아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양장본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은 저자의 노고를 드러내지만, 학회지에 실린 논문처럼 경직된 분위기는 아쉽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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