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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인문학 고전 51권 정복 '1년간의 독서노트'

하버드 인문학 서재 / ■크리스토퍼 베하 지음, 21세기 북스 펴냄 <br>'5피트 책꽂이' 별칭 '하버드 클래식'… 감상·비평 등 곁들여 한권으로 소개<br>"베이컨은 타의 추종 불허 지략가" 등 현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시각도 제시


‘하버드 인문학 서재’는 저자가 1년 동안 51권에 달하는‘하버드 클래식’ 전집을 읽고 그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책을 읽는 것이 인생의 의미를 길어 올리지만 반대로 책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서울경제DB

'클래식'(classic)이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클라시스'(classis)로 '함대'(艦隊)라는 의미다. '클라시스'의 형용사형인 '클라시쿠스'(classicus)는 로마 시대 국가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국가를 위해 배를 함대로 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부호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이 말이 중세를 거치면서 인간이 심리적 위기에 닥쳤을 때 정신적 힘을 부여해주는 책이나 예술 작품을 일컫는 '클래식'으로 변화했다. '5피트 책꽂이(five-foot shelf)'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하버드 클래식'은 하버드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했던 찰스 엘리엇이 은퇴할 무렵인 1909년에 편집해 내놓은 인문학 고전 선집이다. 19세기까지 출간된 저작물 중에 학문적으로 인정받은 고전들만 담아 묶은 총 51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후 20년 동안 1,000만권에 해당하는 약 50만 질을 판매했다. 우리나라에는 전집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전집 목록에 포함된 대부분의 작품들이 출간돼 있는 고전이라 따로 찾아보기에는 무리가 없다. 50권으로 대중에게 교양을 심어주겠다던 엘리엇 총장의 의지는 작가 크리스토퍼 베하에 의해 더 짧은 시간으로 축소됐다. 그가 1년 동안 하버드 클래식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그 기록을 '하버드 인문학 서재'에 남긴 덕분이다.'하버드 인문학 서재'는 하버드 클래식 전집을 한 권으로 훑어보는 '하버드 클래식 다이제스트'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이 전집에는 성경과 셰익스피어의 책이 빠졌다고 한다. 독자들이 이미 갖고 있는 작품들이 포함되면 전집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출판사의 판단 때문이었다. 후에 엘리엇의 주장에 따라 성경과 셰익스피어는 목록에 포함됐지만 찰스 디킨스와 윌리엄 새커리 같은 19세기 소설은 포함되지 못했다. 저자는 목록에 소설이 없는 이유로 당시의 '문학'이 오늘날 통용되는 문학과 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늘날 서점에서 문학 코너 맞은편에 꽂히는 철학이나 종교, 역사 관련 책들이 오히려 당시 문학에 가깝다는 것이다. 책은 하버드 클래식의 순서 그대로 51권의 간단한 소개와 감상, 비평을 담았다. 또 책을 읽을 당시 저자 상황을 곁들여 삶 속에서 책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했는지도 설명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을 때 암에 걸린 이모를 보며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는 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책은 저자의 독서노트이자 일기라고도 볼 수 있다. 각각의 책에 대해'1시간쯤 읽다가 어디쯤 읽었나 보니 20쪽이 넘어갔는데 건질게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하고 '힙합 가수들에게 베이컨의 글은 매력적일 것이다. 지략가로서 베이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현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하버드 클래식을 다 읽어도 삶이 눈에 띄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전이 외면받는 시대에 심리적 위기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힘을 준다는 고전을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보고 싶은 독자에겐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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