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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방통위원장의 침묵


"글쎄요. 정말 잘 몰라서 말씀이 없으신 건지…." 최근 만난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끝을 흐렸다. 이제 취임 한 달이 지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화제로 오를 때마다 그랬다. 이 위원장은 업계 안팎에서 '업계 현안에 대한 소신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잘 몰라서 말을 못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오갈 정도다.

물론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통신 분야의 모든 현안에 대해 질문 받는 족족 판결을 내릴 필요는 없다. 이제 취임 한 달을 넘긴 이 위원장에게 지난 몇 년간 풀지 못했던 숙제를 당장 풀어내라고 요구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가뜩이나 정보기술(IT)과 방송업계 모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거세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 위원장의 침묵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위원장이 지난달 말 첫 현장방문 일정으로 구로디지털밸리의 벤처업체들을 찾았을 때였다. 동행한 기자들이 가장 많이 들은 이 위원장의 말은 "수고하세요"였다. 한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총감독은 이 위원장을 붙잡고 방송발전기금의 일부를 애니메이션 콘텐츠 육성에 할당해줄 수 없겠느냐는 건의를 했지만, 위원장은 역시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만 답하고 자리를 떴다. 총감독의 열정적인 눈빛과는 온도차가 큰, 그리고 동행한 기자들마저 민망할 만큼 짧은 대답이었다. 말수가 적다고 해서 의견도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낼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의심을 거두기도 어렵다. 최근 통신업계 이슈 중 하나였던 KT의 필수설비제공 문제를 봐도, 처음부터 의욕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밀어붙였던 것은 방통위였다. 제도 개선이 KT에 불리할 수밖에 없어 초기부터 KT의 반발이 심했지만, 당초 방통위는 제도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었다. 하지만 단순한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 위원장이 취임하고서부터 방통위가 점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업계의 요구도, 소비자의 요구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식물 방통위'다. 이 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에 그칠 수 있게, 이 위원장이 고민한 흔적을 조금이라도 엿볼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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