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발칵 뒤집힐 충격이… 무서운 경고
[G2 내주 정권교체… 불확실성 최고조] 美 신용등급 추가하락 우려…"재정절벽 충격 예상보다 훨씬 심각" 잇단 경고완충 수단도 없어 내년 합의 도출이 최대 과제중과 갈등 격화로 무역·환율전쟁 불거질 수도
뉴욕=이학인특파원 leejk@sed.co.kr
다음달 6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대선을 1주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누가 백악관을 차지하더라도 당장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를 시작으로 국가채무한도 증액, 중국과의 무역ㆍ환율분쟁 등 경제적인 과제와 힘겨운 씨름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문제는 각각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 이슈들이다.
미국 경제를 리세션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재정절벽 문제는 차기 미국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지 주최의 한 포럼에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재정절벽 문제가 별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정절벽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정절벽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미 의회예산국(CBO) 등은 내년 재정감축에 합의하지 못해 내년부터 자동으로 지출이 줄고 세금이 올라가게 되면 미 경제에서 6,000억달러가 증발하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다수의 경제학자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 재정지출이 1달러 줄어들 때 최대 1.7달러어치의 충격이 경제에 가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상적인 경제 상태라면 재정충격이 오면 금리인하 등의 수단을 동원해 경제적인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이미 초저금리를 지속하고 있는 현 상태로는 완충수단이 없어 충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 이미 재정절벽의 부정적인 영향이 미 경제전반에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국의 올해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를 기록했지만 재정절벽이라는 걸림돌이 없었다면 이보다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WP는 그 예로 3ㆍ4분기 기업투자가 2009년 이래 처음으로 1.3% 감소한 점을 들었다. 재정절벽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한 기업들이 투자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재정절벽 문제와 연결돼 있는 국가채무한도 증액 문제도 차기 미 대통령이 풀어야 하는 숙제다. 올 1월 결정된 미국의 국가부채한도는 16조3,940억달러.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매월 1,000억달러씩 늘어나고 있는 상태로 내년 초 다시 한도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절벽과 국가부채한도 문제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상ㆍ하원선거에서 지금 상원은 민주당, 하원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양당이 분리해 승리할 경우 이들 문제를 처리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핑크 CEO는 대규모 감세를 주장하는 롬니가 당선되면 의회에서의 진통은 더욱 클 것이며 이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의 추가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경제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설정도 차기 미국 대통령의 과제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공정 무역관행과 일자리 유출 문제 등을 지적하며 중국 때리기로 일관했었다. 특히 롬니 후보는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홈쳐가고 있다며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세계경제 규모 2위인 중국과의 갈등이 무역전쟁 등으로 확산될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후보들의 중국 때리기 정책이 실행에 옮겨지게 되면 최악의 경우 무역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보도에서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는 "롬니의 정책은 무역전쟁을 일으켜 서로 손해를 입히고 양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며 실업률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더라도 다른 저임금 국가가 그 빈자리를 채워 미국으로서는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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