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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들 실적 나쁘다던데 주가는 왜 오르나
입력2007-10-08 16:37:16
수정
2007.10.08 16:37:16
금유산업 역동성 "믿습니다"
글로벌 은행들이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파문으로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대손상각으로 처리했지만, 최근 주가는 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악재가 노출된 데 따른 불안감의 해소에 따른 것일수도 있고, 4ㆍ4분기 실적이 급격하게 호전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에서일수도 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런 의문에 대해 급변한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금융 산업 특유의 역동성에 주목했다. 게다가 은행들의 투자손실은 감내할 수 있는 규모이며, 은행들이 신용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는 낙관론도 배여 있다.
미국의 씨티그룹, 독일 도이체방크, 스위스 UBS 등 3개 은행들은 지난 3ㆍ4분기에 거의 130억 달러를 대손상각(write-down) 처리했다. 메릴린치도 3분기에 55억 달러를 대손상각 처리해 세계 유수 투자 은행들은 이번 신용경색 여파로 20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씨티그룹ㆍ베어스턴스ㆍ도이체방크ㆍUBS 등 4개 은행의 3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를 밑돌아, 지난 10년간 금융 섹터 평균치(18%)는 물론 경기 침체기인 2001~2002년의 1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FT는 최악의 분기실적에도 불구하고 개별 회사들의 재무제표와 자본준비금 등은 건전하며, 3ㆍ4분기 ROE도 골드만삭스의 경우 30%가 넘어 투자 손실의 규모와 여파도 개별 회사별로 조금씩 다르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씨티그룹은 3분기 대손상각 규모가 60억 달러나 됐지만 흑자를 냈다. 이에 증시도 낙관론에 화답하고 있다.
UBS주가는 분기 적자 발표 이후에 9% 가량 올랐으며, 손실 관련 투자 책임자 등을 해임한 다른 투자 은행의 주가도 위축은커녕 상승세다. 뉴욕 월가의 분석가들은 실적 악화 속 상승랠리를 두고 ‘카타르시스적(cathartic)’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4ㆍ4분기 들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시그널이 감지되면서 은행 주가도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 상승세를 타고 있다.
씨티그룹은 9월 들어 확정수익형(fixed-income) 비즈니스가 신용 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밝혔고, 금리스왑과 환율 시장에서 거래 규모는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인 윌리엄 타노나는 “신용 시장에서 기회가 없다면, 투자 은행들은 다른 영역에서 수익을 낼 만큼 역동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의 브레이디 도우건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고 언급한 데서 보듯 투자 은행들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게 해 주는 ‘경쟁’의 힘을 믿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 마디로 신용 위기가 곧바로 대차대조표에만 의존해 돈을 빌려주는 과거의 금융 관행으로 되돌리진 못한다는 것.
또 차입인수를 인한 대출(레버리지론)의 수요가 낙관론자들의 기대만큼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시장의 신뢰가 회복 중임을 시사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자본 시장이 급성장하는 중국 및 인도시장을 비롯해 석유 자원을 등에 업고 있는 러시아와 중동 시장에서의 영업도 미국 시장에서의 부실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요인으로 꼽혔다.
FT는 그러나 월가에는 신용 위기가 투자 은행들의 레버리지 금융 파트와 자금을 빌려야 하는 기업들에게 타격을 입혀 결국에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여전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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