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 개그맨 샘 해밍턴이 최근 방송가에서 인기 상한가다.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 진짜사나이'에서 그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군대문화를 체험하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 남성사회를 대표하는 곳으로 한국인도 적응이 쉽지 않은 군대 조직에서 서툰 한국어 실력으로도 꿋꿋하게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과정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 교육이 요즘 부쩍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가 외국인들을 출연시켜 여러 상황을 연출,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는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맛있는 한국어'코너를 마련했다. MBC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을 국내에 초청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실력을 겨루도록 하는 '웰컴 투 한국어학당 어서오세요'를 편성해 한창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외 한국어 학습수요 크게 늘어
한국어 교육이 방송에서 대접을 받고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세계 각국의 한국어 교육 열풍이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국외 한국어 보급의 대표 브랜드 '세종학당'의 수강생 숫자를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세종학당 개설 첫 해인 2007년 740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2만8,793명으로 불과 6년 새 약 38배 증가했다. 올해 말이 되면 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에서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 수요층이 점차 두터워지는 것은 정책적으로 한류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제대로 읽어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차원에서 재외 동포에게 초점을 맞춘 데 머물렀던 한국어 교육 대상을 외국인으로 확대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세종학당재단 설립이다. 세종학당재단은 지난해 10월24일 전세계 세종학당을 총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출범해 24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국외 한국어 및 한국문화 보급의 거점인 세종학당은 현재 51개국 117개소로 확대됐다. 재단은 출범 이후 20개국 27개소를 추가 지정했다.
지구상에 공식 등록된 언어는 126개이며 현재 사용되는 문자는 28개라고 한다. 국제적으로 범용성을 갖고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게 언어나 문자다. 우수한 한글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23년 만인 올해부터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했다. 또 내년 문자박물관으로서 세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한글박물관을 개관하고 우리나라에서 세계문자축제도 개최한다.
교육기관 지원 확대 국제어로 키워야
그러나 국내에서만 한글의 우수성을 자축할 일이 아니다. 한국어 공동체 확대에 초점을 맞춘 '언어, 문화 영토'확장을 게을리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를 통해 당장 눈앞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경제 영토'를 넓히는 데 그쳐서도 안 된다. 한국어가 국제언어로서 지속 발전하려면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소통의 중심인 세종학당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중국 공자학원, 프랑스 알리앙스 프랑세즈 등 외국의 자국어 보급기관에 견줘 보면 세종학당의 학습 환경은 아직 초라하다. 세종학당재단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돼 세종학당이 '외국 속의 작은 한국'으로 우뚝 서고 지구촌 한류 지속의 견인차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충분한 예산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어려운 정부 재정여건에서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한국어ㆍ한국문화 보급의 혜택을 보는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세종학당 운영에 힘을 보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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