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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중동 건설특수의 진짜 의미

쿠웨이트공항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40분쯤 가면 사막지대 한가운데 있는 몇 개의 컨테이너 건물을 만난다. SK건설의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SC) 집유(集油)센터 시설개체 공사 현장사무실이다. 겉모습은 여는 곳과 다를 바 없는 현장이지만 SK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12억2,400만달러(1조1,000억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인데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공사여서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앞으로 나올 추가물량 수주전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SK건설은 이 공사를 설계에서부터 구매ㆍ시공ㆍ시운전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책임지는 턴키(Turn-key)방식으로 수주했다. SK현장 인근에서는 대림산업이 공사를 벌이고 있고 해안 쪽으로 가면 현대중공업의 12억4,000만달러짜리 현장이 있다. 중동의 건설열기와 우리 건설업체들의 활약이 물씬 느껴진다. 오일달러가 불러온 건설 붐 김택수 SK건설 상무는 “앞으로 4~5년간 중동 지역의 공사 발주물량이 1,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라며 “지금 상황을 보면 이보다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쿠웨이트ㆍ사우디아라비아ㆍ카타르ㆍ아랍에미리트 등 중동국가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속속 발주하면서 제2의 중동 붐이라 할 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중동건설 특수의 가장 큰 원동력은 오일달러다. 기름 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산유국들이 그동안 미뤘던 시설개체 및 확장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SK건설의 KSC프로젝트도 그런 경우다. 이 사업은 오래전에 계획됐으나 저유가에 따른 채산성 저하와 예산문제 등으로 책상 속에서 잠자다 유가가 강세를 보이자 실행에 옮겨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산유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동의 건설시장 열기는 두바이에서 보다 확연해진다. 두바이 시내 하늘은 온통 타워크레인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곳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두바이의 개발 붐은 물류ㆍ관광ㆍ금융의 허브가 되겠다는 국가전략과 맞물려 있다. 그래서 석유 관련 시설보다는 호텔, 주택 및 오피스빌딩, 쇼핑몰과 리조트단지 등 부동산 개발사업이 대부분이다. 별 7개짜리 호텔 ‘버즈알아랍’,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세계 최고층 건물 ‘버즈두바이’, 인공섬 ‘팜 아일랜드’, 기업도시 ‘페스티벌 시티’ 등등. 워낙 많이 짓다 보니 거품이 우려될 정도다. 두바이의 건설 붐은 자국 내에 그치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에 260억달러의 투자를 계획하는 등 주변국가로 넓혀가고 있다. 두바이의 허브전략에 자극받아 오만 등도 물류시설과 부동산개발 투자를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동 건설시장이 부글거리면서 우리 건설업체들도 펄펄 날고 있다. 올 들어 지난 3월 말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기(12억3,000만달러)보다 4배나 늘어난 53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27억600만달러가 중동 지역에서 수주한 것이니 그 위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업계 제2도약 발판으로 삼아야 물량자체가 늘어나는 것도 그렇지만 보다 고무적인 것은 수주내용과 과정이 건실해졌다는 점이다. 국내 업체들의 수주는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프로젝트가 주류를 이룬다. 또 대부분 단순시공이 아닌 턴키방식 수주다. 그만큼 우리 건설산업의 실력이 높아진 것이다. 수주전에서도 예전과 같은 우리 업체간의 제 살 깎기식 과당경쟁이 사라졌다. 각 업체가 강점을 가진 분야나 연고를 서로가 충분히 감안해 저가수주를 피하고 있다. 발주물량이 많은 탓도 있지만 과거 외형경쟁의 폐해를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의 희생과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아직 미국ㆍ유럽 등 선진업체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과 어깨를 같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지금의 중동건설 열기를 그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은교 SK건설 KSC프로젝트 기술담당 상무의 말에 중동특수의 진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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