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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청년 인재 K씨를 찾아서


얼마 전 신문에서 무명의 중소기업이 겪는 구인난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조직이 견실하고 신입사원에게 유망한 비전과 합당한 처우를 제공하는 기업이지만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직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요즘 이게 무슨 말일까 했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구직자는 그럴듯한 대기업이나 관공서만을 타깃으로 구직 활동을 한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고 지인 K씨가 들려준 경험담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1.5세대 교포인 K씨는 여간해서 입학이 어렵다는 미국의 한 아이비리그대의 4년 장학생을 내리 할 정도로 매우 영민한 사람이었다. 명품 유통에 관심이 있어 방학 중에 한 명품 브랜드 회사에 인턴십을 신청했는데 운 좋게도 본사 사무실에서 두 달여간 중요한 실무 경험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K씨와 함께 다른 아이비리그대 학생 십여 명이 같이 인턴십을 수행하게 됐다. 문제는 출근 첫날 벌어졌다.

날고 긴다는 아이비리그 출신 학생들은 당연히 새로운 전략이나 신사업 개발 등 중요 임무에 투입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첫날 주어진 업무는 건물 지하 1층의 직원식당에서 음식을 나르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예상 밖의 업무에 K씨를 포함한 학생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음날 8명의 학생이 출근하지 않았다.

K씨도 주어진 임무에 만족하지는 않았으나 꿋꿋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두 달의 정해진 기간을 성실하게 이수했다. 인턴십이 종료되는 날 한 인사 담당 임원은 K씨에게 축하한다며 이 같은 말을 건넸다. "Retail is detail."



유통업이란 겉은 화려해 보여도 고객에게 최고의 쇼핑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도 신경 써야 하는 직종이란 뜻이다. 직원식당에서의 서비스 정도도 소화 못할 사람이라면 결코 이 직종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뼈 있는 조언을 건넸다. K씨는 이후 정식 직원으로 입사해 승승장구했고 톱 매니지먼트 반열에 올랐다.

젊은 구직자들의 경우 회사의 화려한 명성에 기대 정작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다. 청춘을 바쳐 일할 회사를 고르는 데 지나치게 외적인 것에만 치우친 나머지 내재된 가치가 충만한 회사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1년에 한 번 학생들의 신선한 시각을 본사 마케팅에 접목해 보려고 마케팅 서포터스를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활동한 이들 중 우수 학생 소수에게는 본사 인턴십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보다 세 배나 많은 학생들이 지원했다. 이들 중 눈앞의 화려함보다 미래 비전을 읽고 회사 브랜드 파워를 키워 나갈 K씨와 같은 인재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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