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가지 관점이 있다. 금융위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인구증가는 억제돼야 하나 등 첨예한 이슈마다 찬반이 갈린다. 당신의 선택은? 미국내 많은 대학이 토론용 교재로 사용하기도 하는 연작물 '당신의 선택은'(Taking Sides) 가운데 3권이 양철북 출판사에 의해 번역 출간됐다. △기업윤리 △과학기술 △글로벌 이슈를 각각 주제로 다루고 있다.
미국 '맥그로힐 에듀케이션즈'가 기획한 이 연작물들은 선별한 주요 화두별로 대립하는 견해를 가진 두 저자의 입장을 소개하고, 논점을 대비했다. 사안마다 이렇게까지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어느 편(Side)을 들것인가. 오히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친 쏠림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당신의 선택은'(Taking Sides) 1권은 '기업윤리'에 대해서 다룬다. 기업 경영과 윤리 분야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20가지의 주제에 대해 찬반 토론 형식의 글 40편을 선별해 수록했다. 글은 논문일 수도 있고 칼럼이나 연설문일수도 있다. 기업경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행을 인간의 필요, 정의, 권리, 존엄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책의 1장은 '자본주의로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시작한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탐구'와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놓고 독자들의 의견을 묻는다. 기업윤리라는 현대적 주제를 논쟁하는 자리에 '자본주의'라는 근본 주제와 고전 경제학자들을 등장시킨 것이 다소 뜬금없기도 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모든 주제는 자본주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며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는 현 시대에는 근본으로 돌아가는 사유가 역설적으로 가장 현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조금 뒤의 3장에서는 대표적인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과 하버드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문을 연구하는 마크 R. 크레이머가 '이익 증대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일까'로 맞선다.
논쟁은 6장의 '2008년 경제붕괴의 책임은 금융산업에 있을까'로 절정을 이룬다. 존 C. 보글이 '윤리적 규모의 위기'를 통해 고삐 풀린 시장 세력, 특히 세계경제를 거의 파탄으로 몰고간 투자은행, 일반 은행, 금융 분야의 시장세력에 대해 한탄하며 이들에게 단기 이득이 아니라 장기 투자를 하고 또 모든 활동에서 전반적으로 윤리문화를 창조하라고 촉구한다. 반면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이기도 한 로이드 C. 블랭크페인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결말'을 통해 자기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며 금융시스템상의 위기관리 역량 부족 탓으로 돌린다.
물론 이 책이 거시적 담론에만 천착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주가 종업원의 소셜미디어를 감시하는 행위는 정당할까', '어린이를 겨냥하는 광고를 규제해야 할까' 등 경영현장에서 벌어지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책은 각 장마다 해당 이슈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요약해서 소개하는 '들어가며', 그렇다(Yes)와 아니다(No)로 나뉜 전문가들의 견해, '정리하며' 및 추가적으로 생각해볼 문제와 참고할 만한 읽을 거리를 덧붙이는 후기의 세부분으로 구성된다.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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