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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경규모, 언제까지 안갯속에 두려 하나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엿새가 지나도록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추경의 당위성은 분명하게 드러났는데 규모에 대해서만큼은 각종 설만 난무할 뿐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일단 군불부터 지펴놓고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부의 모호한 태도는 추경을 둘러싼 논란으로 확산돼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추경 규모만 해도 10조원 미만부터 20조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이고 재원조달 방법도 국채발행과 증세가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한국은행은 '재정지출의 성장제고 효과가 이전에 비해 약화돼 경기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까지 내놓은 상태다. 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국민들로서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시장은 다급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발표한 올해 1ㆍ4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7분기째 100을 밑돌았다. 경기가 이전 분기에 비해 더 안 좋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보다 소득이 줄었다는 소상공인도 절반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3ㆍ4분기 이후 지속된 1%대 성장률이 2ㆍ4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잿빛 전망은 이미 오래 전부터 등장한 상태다. 기업들은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추경이 경기부양 효과를 낸다는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9년 다른 국가들의 성장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우리는 약 28조4,000억원의 추경 덕분에 0.3% 성장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이때 추경으로 인한 성장률 증대효과를 약 1.9%로 추론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2010년에는 6.2%의 고성장을 구가하기도 했다. 추경이 추락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은 셈이다.

추경의 필요성과 효과가 뚜렷하다면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경제에 하루 빨리 분명한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력한 아베노믹스로 잃어버린 20년 되찾기에 나선 것처럼 우리 정부도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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