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북극빙하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빙하가 많이 녹을수록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황사도 심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김주홍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4명의 연구진은 북극 빙하가 줄어들수록 황사가 심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는 빙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2003~2012년 동북아시아 지역의 총 황사 발생일과 같은 기간 북극빙하 면적 변화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에 따르면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면적이 2003년 1,435㎢에서 2007년 1,380㎢로 줄어드는 동안 황사일수는 36일에서 51일로 늘었다. 반대로 빙하 면적이 2011년 1,383㎢에서 2012년 1,436㎢로 늘어나는 동안에는 황사일수가 48일에서 35일로 줄었다. 빙하가 녹으면 황사일수도 늘어나는 정비례 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대기의 흐름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북극 빙하가 녹아 과거에 비해 기온이 높아지면서 북극 주위를 감싸고 있던 제트기류의 고리가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동북아까지 내려왔고 이 때문에 동북아의 아래 쪽 공기는 차가워지고 윗 부분은 더워져 편서풍이 강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의 영향으로 편서풍을 타고 오는 황사도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소속 연구원은 "제트기류가 강할 때는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줬지만 제트기류의 고리가 약화되면서 우리나라 부근에서는 황사를 유발하는 편서풍과 저기압도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최근 들어 이 같은 빙하면적 감소와 황사 발생의 차이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허 교수는 "빙하면적이 급격하게 줄면서 전지구적으로 바람의 구조가 바뀌어버렸다"며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은 서울 삼성동 COEX에서 17~21일 진행되는 2013 한국기상학회 봄 학술대회에 '최근 봄철에 나타나고 있는 동북아시아 황사와 북극 해빙면적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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